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유엔 인권 전문가들이 한국 정부가 지난해 말 북한 어민 2명을 북한으로 강제추방한 것과 관련해 우려를 표명하는 서한을 한국과 북한에 각각 보낸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이들은 북한에 두 어민의 행방에 관한 정보 제공을 요구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 사무실은 31일(현지시각) 웹사이트에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등 유엔 인권 전문가 4명이 공동 명의로 한국과 북한에 보낸 서한을 공개했다. 서한에는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과 루치아노 하잔 유엔 강제적·비자발적 실종 실무그룹 대표 보고관, 애그니스 캘러머드 유엔 초법적 약식 자의적 처형 특별보고관, 닐스 멜저 유엔 고문·처형 특별보고관이 서명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인권 침해가 심각한 북한으로 탈북 어민 2명을 돌려보낸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북한에서는 강제실종과 자의적 처형, 고문과 학대, 공정성에 관한 국제기준에 부합되지 않는 재판 등이 이뤄지는데도 강제 추방 조치로 송환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유엔 인권 전문가들의 서한에 대해 답변서를 통해 "선원들이 추후 귀순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NLL을 넘어와 우리 군이 경고 방송과 경고 사격을 하자 도주를 시도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진정성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어 이 사건과 관련해 남북 사이에 재판 지원과 증거 획득이 어려워 두 탈북 선원에 대해 적절한 재판을 보장하기 어려웠다면서 재판 관할권 행사가 외려 우리 국민의 안전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헌법 등 국내법과 우리나라가 가입한 인권 관련 국제 조약을 검토했지만 이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조항이 없었다고도 했다.

정부는 또 탈북 선원들이 심각한 비(非)정치적 범죄를 저질러서 난민으로 볼 수 없다고 전했다. 복수의 사람을 잔인하게 살해한 피의자라는 점에서 고문 위험 국가로의 추방을 금지한 고문 방지 협약에도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8일 오후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북측에 인계하기 위해 예인하고 있다. 해당 목선은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피 중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이 승선했던 목선으로, 탈북 주민 2명은 전날 북한으로 추방됐다.

유엔 인권 보고관들은 또 북한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는 2명의 행방과 관련한 정보 제공을 촉구했다. 이들에게 무죄 추정과 고문과 학대를 받지 않을 권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법정에서의 평등 등을 포함해 적절한 절차와 기본적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의 당사자임을 상기시키면서, 1992년 유엔총회가 채택한 '강제실종으로부터 모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선언'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사안의 긴급성을 감안해 북한 정부가 국제 기준에 맞춰 송환된 어민 2명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취한 조치에 대해 답변해줄 것을 요구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7일 망명 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에 대해 추방 조치를 내렸다. 당시 정부는 이들에 대한 합동심문 결과, 탈북 어선 2명은 오징어잡이 배 선원들로, 선장과 동료 16명을 잔인하게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귀순 의사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없다고 판단해 송환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이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 기본권이 박탈된 상황에서 심문을 받았으며, 정부가 강제 북송 조치를 한 것은 초법적인 조치라는 지적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