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응…시중 유동자금 흡수 목적
"제로(0) 금리 발행해도 수요는 충분할 것"
자산가 상속⋅증여세 회피 수단으로
'부의 대물림' 조장 비판 불가피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왼쪽)와 최운열 금융안정 태스크포스 단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가 끝난 뒤 대화하며 퇴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31일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 대응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무기명 채권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코로나 대응을 위해 무기명 채권을 발행하게 되면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이다.

이날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최운열 민주당 금융안정태스크포스(TF)단장과 손금주 의원 등 일부 의원은 최근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한시적인 무기명 채권 발행을 제안했다. 최 의원은 "1000조원 규모로 급증한 시중의 유동자금을 코로나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쓸 수 있는 방안"이라며 이렇게 제안했다고 한다.

최 의원 측은 "대규모 국채를 발행하면 시중 자금 쏠림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 시장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개인 자산가의 자금을 흡수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했다. 채권 발행 주체는 국가는 혹은 공공기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정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발행하고, 조성 자금은 회사채 매입과 중소기업·자영업 지원 등에 한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무기명채권은 채권자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은 채권이다. 외환위기 당시 3조8744억원 규모로 발행된 5년 만기 무기명 채권(연이율 6%)은 상속·증여세를 내지 않고 양도가 가능해 자산가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금융투자업계는 똑같은 이유로 자산가를 중심으로 수요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이 50%에 달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리를 제로(0)나 마이너스로 발행해도 수요는 충분할 것으로 본다"며 "이 경우 정부의 채무 부담도 덜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상속세 과세수입은 먼 훗날의 이야기지만, 경제 위기 상황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지금 당장 현실의 문제"라고도 했다.

다만 민주당이 무기명 채권을 발행할 경우 집권 여당이 나서서 '부의 대물림'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 당장 무기명 채권을 발행하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경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카드로 상상력을 최대한 넓히는 차원에서 논의된 것"이라고 했다.

무기명 채권은 미래통합당이 제안한 코로나 국민채권과 맥락을 같이 한다. 통합당 신세돈 공동선대위원장은 코로나 경제 위기 대응 재원 마련을 위한 시중 유동자금 흡수 방안으로 40조원 규모의 금융채 발행을 제안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