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으로 데이터센터·5G 인프라·물류 유망" 분석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실물경제가 타격을 받으면서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의 수익률도 하락하고 있다. 경기 회복의 구원투수로 나선 각국 중앙은행의 ‘돈 풀기’가 리츠 시장을 되살릴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의 자금 지원이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코로나가 장기화되면 투자 건물의 공실률이 늘고 임대 수익성이 악화돼 리츠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유망한 데이터센터, 5G통신 인프라, 물류 섹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출시된 미국 중심의 글로벌리츠펀드와 일본리츠펀드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각각 마이너스(-)20.7%, -17.2%를 기록했다. 펀드 자금은 각각 231억원, 454억원이 순유출됐다.

일본 도쿄시청 건물에 내걸린 도쿄 올림픽 로고 현수막.

최근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빠르게 번지면서 주식 시장이 침체된 데 이어 부동산 시장도 얼어붙을 조짐이 나타나자 리츠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미국의 대표 리츠 주가 지수(FTSE NAREIT All Equity REITS Index)는 최근 한 달간 17% 넘게 하락했다. 일본의 대표 리츠 주가 지수(TSE REIT)는 21.9% 떨어졌다.

미국 리츠 시장에서는 코로나 확산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자 주택저당증권(MBS)에 투자하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리츠부터 타격을 받았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채무자들이 수입이 줄어 모기지 상환이 어려워지면서 MBS 채권 부실 위기감이 커지자 은행들이 모기지 리츠 기업에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투자 불안감이 커지면서 최근 한 달간 미국 모기지 리츠 주가 지수는 50% 넘게 하락했다.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달 23일 국채와 MBS를 무제한 매입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이날부터 일주일간 모기지 리츠 지수가 40% 넘게 반등했으나 최근 다시 하락하고 있다.

일본 리츠도 미국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 리츠는 연초까지 수익률이 좋았으나 이달 초부터 주가가 급락했다. 일본도 뒤늦게 코로나가 확산되기 시작한데다 올림픽이 내년 7월로 연기되면서 관광시설이 모두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BOJ)이 지난 16일 ETF(상장지수펀드)와 리츠 매입한도를 각각 12조엔, 1800억엔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후 리츠 지수가 사흘간 반등했지만 최근에는 다시 하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의 양적완화로 리츠 시장이 단기적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는 있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실물 경제 위축에 따른 리츠 수익률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박찬욱 한화자산운용 매니저는 "미국과 일본 리츠 모두 중앙은행 지원 효과는 단기간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코로나가 장기화되면 정책적인 효과도 사라진다"며 "임차인이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이 되면 주가는 물론 임대 수익률도 하락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연준이 MBS를 매입한다고 해도 신용등급이 낮은 것까지 매입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모기지 리츠에 투자했을 경우 신용등급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섹터별로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용식 삼성자산운용 매니저는 "관광객 감소 및 내국인 활동제한에 따라 호텔 섹터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코로나로 비대면 문화가 정착돼 물류 섹터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했다. 김영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데이터센터, 5G통신 인프라에 투자하는 리츠는 장기적으로 전망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