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수능 도입 이래 4번째...감염병으로 인한 첫 사례
1학기 기말고사 비중 커질 듯..."학생부 내신관리 어려워"

31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연기가 확정됐음에도 올해 고3 수험생의 부담은 여전히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들 역시 수시모집 일정 조정 등 계산법이 복잡해졌다.

교육부는 대학 입시를 앞둔 고3 학생을 위해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선택했다. 또 수능 시험일을 11월 19일에서 12월 3일로,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기준일도 8월 31일에서 9월 16일로 각각 2주 연기했다.

특히 이번 수능 연기는 1993년 수능이 도입된 이래 4번째다. 감염병으로 인한 사상 첫 연기 사례가 된다. 앞서 교육부는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2005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린 2010년, 포항 지진이 발생한 2017년 수능을 연기했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우한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5주 넘게 개학을 연기한 상황에서 수능을 연기하지 않으면 고3 재학생과 재수생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 창문에 '합격 기원' 스티커가 붙어있는 모습. 31일 발표된 수능 연기는 감염병으로 인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현재 고3 수험생이 재수생에 비해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고3 학생 대부분은 담임 선생님도 못 만난 상태에서 대학입시 전략 수립도 못한 채 5주 가까이 학습결손 상태가 이어졌다. 산술적으로도 개학은 5주 넘게 연기했는데 수능을 2주만 연기했으니 물리적 수능 준비 시간이 3주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온라인 개학 후에도 어수선한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도 힘이 실린다. 온라인 개학 경험이 없는 데다가, 준비 정도에 따른 학교 간 격차도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3학년 1학기 내신 준비를 위한 기말고사 비중이 확대돼 한 번의 실수가 입시결과에 부정적일 수도 있다.

또 대학 개강이 미뤄지고, 수능이 연기돼 반수생(대학입학 후 수능 재도전 학생)도 증가할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반수생은 일부 대학의 경쟁률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 역시 중·상위권 고3에게는 새로운 악재로 받아들여진다.

대학 입장에서는 대입 정원의 약 70%를 뽑는 수시모집 일정도 단축되면서 추가모집 횟수가 줄어 미충원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난 2017년 포항 지진으로 수능을 일주일 연기했을 당시 정시모집 기간이 순연되며 전형기간이 단축됐다. 수험생으로선 자칫 합격의 기회가 줄어드는 셈이다.

한 교육업계 전문가는 "온라인 수업이 대면 수업하고는 차이가 많으므로 자기주도 학습 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내신상태를 점검해 수시 또는 정시지원 여부를 조기에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