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노원동 일대 공장 밀집 지역인 제3공단은 최근 경기 침체로 잔인한 봄을 보내고 있다. 1974년 전국에서 세 번째로 조성됐다고 해서 3공단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곳은 약 2500여개의 공장이 있다. 주로 대기업 하도급업체들로 철강·자동차 부품을 다룬다.

일대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3~4년 전만 해도 공단에 입주한 기업의 사정은 나쁘지 않았고, 부동산 거래도 활발했다. 하지만 최근 제조업 침체로 불경기가 이어지면서 일대 부동산시장은 얼어붙었다. 인근 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공장들이 돌아가고 있어도 수입은 마이너스"라면서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처한 공장들도 있다"고 했다.

제3공단을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 167만㎡의 부지로, 2015년 기준 2531개 업체가 입주해있으며 1만2717명의 근로자가 이곳에서 일한다.

제조업 경기가 나빠지면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공장들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

1일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을 통해 올해 초부터 3월 31일까지(개시결정일 기준) △공업시설 △공장 △아파트형 공장 △제조업소 △공장용지 등 공업용도 경매 개시 예정 물건을 확인한 결과 총 42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4배 많은 수준이다. 수출 감소와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버티지 못하고 부채에 시달리다 결국 무너진 공장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경매 예정 물건을 살펴보면 서울과 경기도, 부산, 대구, 인천, 울산, 경남 창원, 경북 구미, 충남 당진, 충북 청주, 전남 광양·여수, 전북 군산 등 전국 각지의 공장이 경매시장에 나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제값을 받지 못하더라도 신속하게 팔려는 급매물도 쏟아지고 있다. 아파트나 수익형 부동산 위주로 매물이 올라오는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공시가 7억4000만원짜리 공장(676.5㎡)이 5억7000만원에 나왔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3월 발표한 1월 국가산업단지 산업 동향에 따르면 3만9620개 제조업체의 평균 가동률은 전달보다 2%포인트(P) 하락한 76.9%로 조사됐다. 특히 지역 경제가 침체한 지역에서 가동률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강원도 동해 북평산업단지 22개 제조업체의 가동률은 전월보다 10.5%P 하락한 64.3%, 충남 당진 석문산업단지 59개 제조업체의 가동률은 한 달 새 10%P 떨어진 52.8%로 추락했다.

통계청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0년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제조업의 생산 활기를 보여주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0.7%(잠정치)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69.9%)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광공업 생산은 자동차(-27.8%), 기계장비(-5.9%) 등이 감소해 전월보다 3.8%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 10.5%가 줄어든 이후 11년 2개월 만에 최저치다.

전문가들은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세계 경기 침체로 제조업체 사정이 지금보다 더 나빠지면서 경매로 나오는 공업용 부동산 물건도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수출 감소와 경기 악화가 심화하면서 금융비용과 인건비 부담을 겪는 공장들이 늘어날 것이고 이에 따라 공장 등 공업용 부동산 매물이 더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경매 시장에서 임대수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공장을 매수할 수는 있지만, 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 임대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유찰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