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9조원 지급 발표 후 지급 대상 선별 작업 돌입
지급 기준에 재산 반영할지 불투명…복지부 "다음주 발표"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으로 발표한 ‘소득 하위 70%’를 둘러싼 혼란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가구 소득 기준으로 얼마가 소득 하위 70%에 해당되는지 정부 관계자 누구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가구원 수에 따라 1가구 당 40만~100만원씩 모두 9조1000억원(중앙정부 7조1000억원, 지방자치단체 2조원)의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하고 나서 지급 기준 마련 작업을 부랴부랴 진행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늦어도 다음주까지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중구 명동의 시민들.

4인 가구가 받으려면 월소득 700만원 전후가 대상될 듯

31일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전체 가구 중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1400만 가구에 가구원 수별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 가구원 수별로 지급금을 보면 ▲1인 가구 40만원 ▲2인 가구 60만원 ▲3인 가구 80만원 ▲4인 가구 100만원이다.

문제는 어떤 가구가 1400만가구에 포함되는지 현재로서는 명시적인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말한 소득하위 70%는 소득을 기준으로 가장 적은 가구부터 시작해 70%까지를 역으로 계산한 범위다.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정부는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4인 가구 기준 월 소득이 700만원 전후가 지원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막연한 이야기만 하고 있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은 31일 KBS라디오에 출현해 긴급재난지원금 ‘기준선’에 대해 "정확하게 저희(정부)가 해봐야겠지만, 대강 봐서 (4인 가구 기준으로) 한 700만원 정도 소득 밑인 분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 차관이 월 소득 700만원 가량을 언급한 이유는 중위소득 150%와 소득하위 70%가 비슷한 분포를 보인다는 계산 때문이다. 중위소득은 전체 가구의 소득을 순위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를 차지한 가구의 소득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중위소득은 소득하위 50%에 해당하는 가구의 수입과 같다.

중위소득의 150%는 이 중위 소득에 1.5(150%)를 곱한 값으로 올해의 경우 1인 가구는 264만원, 2인 가구는 449만원, 3인 가구는 581만원, 4인 가구는 712만원(중앙생활보장위원회 기준)이다. 그러나 중위소득의 150%에 해당하는 소득이 소득하위 70%의 소득과 일치하는 지는 알 수 없다. 가구 간의 소득격차가 얼마나 벌어지는지 등에 따라 소득하위 70%의 소득수준이 ‘중위소득의 150%’보다 크거나 작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구 차관은 "대강은 중위소득 150%와 비슷하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 할 수 있지만 섣불리 말했다가 혼돈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조밀한 기준을 마련해서 국민들께 보고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복지포털사이트 ‘복지로’가 소득을 알아보려는 사람들로 접속이 지연되고 있다.

부동산, 자동차 등 재산 반영 여부는 미정

소득하위 70%를 정할 때 부동산이나 자동차 등 다른 재산을 소득으로 인정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는 기초생활수급자 등을 선정할 때 부동산·전월세 보증금·금융재산·자동차 등 주요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소득환산액’을 적용한다.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구체적인 지급 기준선을 정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추후 가구원수별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소득 기준선을 정해 발표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자산을 포함할지, 포함하면 어떻게 할지 등은 정해진 게 없다. (합리성과 신속성 등의) 기준을 조속히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원금 지급대상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으면서 본인의 소득을 대략 가늠해 볼 수 있는 주요 사이트에 접속자가 몰리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복지포털 사이트 ‘복지로’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먹통 상태가 이어졌다. 정부가 지원금 지급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며 정부의 소득환산 추정치를 이 사이트 ‘복지서비스 모의계산’에서 구할 수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보건복지부는 최대한 빨리 구체적인 기준선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기준선을 발표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했다. 정부는 5월 중순 전에 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기 때문에 이 전까지는 실제 지급대상 가구가 선별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