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조3000억원대 영업손실로 구조조정에 나선 LG디스플레이가 직원 3700명가량을 감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사이 줄어든 임직원 수는 6500여명에 달했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의 ‘비상 경영체제’가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공장 전경.

31일 LG디스플레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 이 회사 직원은 2만6632명으로 2018년말 3만366명에서 3734명 줄었다. 1년 사이 직원 12.2%가 회사를 떠난 셈이다. 2017년말 3만3222명에 달하던 LG디스플레이 직원 수는 2년사이 6590명(19.8%)이 줄었다. 이 기간 직원 평균 급여 또한 8000만원에서 6800만원으로 15% 감소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감원에 따른 위로금으로만 2188억원을 지출했다. 앞서 2018년 생산직 희망퇴직의 위로금은 1849억원이었다. 2년간 희망퇴직 위로금이 4038억원에 달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1조3593억원을 기록했다. 중국발(發) 저가 LCD(액정표시장치) 공세에 수익성이 나빠진 탓이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독점 생산하고 있지만, 중국 광저우와 파주 등 OLED 관련 투자가 이어지며 적자폭은 더욱 커졌다.

손실폭이 커지자, 지난해 9월에는 10년간 회사를 이끌었던 한상범 전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용퇴하기도 했다. 신임 대표로 나선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생활건강 등 LG 주요 계열사에서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역임한 ‘재무전략통’이다. 업계에선 정 사장의 선임을 두고 "LG디스플레이가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본격적인 인력 효율화에 나설 것"이라는 평이 나왔다.

정 사장은 취임 직후 사내 메일을 통해 "구조 혁신을 신속하고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하지 않으면 회사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임원과 조직을 각각 25%씩 줄이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에는 생산직 5년차 이상 직원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시작했고, 11월에는 5년차 이상 사무직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LG디스플레이가 사무직 희망퇴직을 받은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다.

LG디스플레이는 LCD 관련 조직을 축소하고 있다. TV·모바일·IT 기기 사업부별로 여러 개가 있었던 조직은 통폐합한다. 일반 직원들은 회사가 사활을 걸고 있는 OLED 분야로 전환하는 식이다. 수익성이 나빠진 국내 공장도 해외로 옮기고 했다. LG디스플레이는 국내 OLED 모듈 생산 공장을 대부분 베트남으로 옮겼다. 정 사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LCD TV 패널 생산을 올 연말까지 정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LCD 조직 축소 과정에서 관련 인력들이 유출되고 있는 듯하다"며 "올해도 국내 LCD TV 패널 생산 중단 등 구조조정이 예고돼 있어 추가적인 인력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