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코로나(코로나19) 확산으로 전세계 인구의 5분의 1이 이동제한명령하에 있는 가운데, 영업 중지 예외 업종인 ‘필수(essential)’ 업종에 대한 인식이 나라마다 달라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총기 상점 앞에 총기를 구매하기 위한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현재 세계 각국은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 서비스들을 제한하거나 업장을 폐쇄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필수적이라 여겨지는 의료·식품·통신 등을 제외한 업종의 폐쇄 여부는 국가의 정체성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내려지곤 한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에선 총기 상점, 화분 가게, 골프장 등이 필수 업장으로 지정됐다. 댄 패트릭 텍사스 주지사는 총기 거래를 텍사스 주 필수업종으로 지정한 배경에 대해 "사회적 단절을 겪을 때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무기를 가지는 것은 개인의 안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대마초를 합법으로 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워싱턴 등 몇몇 주에서는 화분 가게를 필수적이라고 봤다. ‘마리화나 법 개혁을 위한 전국 기구’(National Organization for the Reform of Marijuana Laws)의 에릭 알티에리는 "대마초는 수백만명의 미국인이 질병으로 고통받으면서도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의존하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라며 "이 시기에도 그들이 여전히 약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이야말로 ‘필수’의 정의"라고 했다.

크리스 수누누 뉴햄프셔 주지사는 "꽃가게가 필수적"이라며 "장례식에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도 했고, 더그 듀시 애리조나 주지사는 골프장을 필수 업장으로 정하며 주민들에게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유럽 프랑스에서는 페이스트리, 와인, 치즈를 전문으로 하는 가게들이 필수 사업으로 지정됐고, 이스라엘은 예배당을 필수적이라고 판단해 최대 10명의 예배자들이 2m 간격으로 모여 야외 기도를 할 수 있게 허용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주의 한 대마초 제품 판매 상점 밖에 손님들이 거리를 유지하며 줄을 서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문화의 중요성에 입을 모았다. 크리스토퍼 맥나이트 니콜스 오리건 주립대 교수는 "필수 서비스를 지정하는 과정은, 사회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선 법, 정치뿐 아니라 문화 역시 필수 요소 중 하나임을 보여준다"고 했다. 에이미 허프 오레곤 주립대 교수도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문화적 정체성의 핵심인 제도와 실천이 정말 중요한 시금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