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그 누구도 '실제 치사율'이 얼마인지 단언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각국이 사망자 수는 실제보다 많게, 감염자 수는 과소 추정했을 가능성이 있어 치사율 정보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에서 우한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의 관을 둘러싸고 유족들이 슬퍼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전세계의 우한 코로나 치사율은 4.7%로 추정된다.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국가를 기준으로 감염자 수는 68만5623명이고 사망자 수는 3만2137명이기 때문이다. 이는 계절성 독감(0.1%)이나 폐렴(0.2%) 치사율보다 높은 수치다.

각국의 치사율은 천차만별이다. 같은 유럽이어도 독일은 0%대에 그치지만 영국은 6%대, 이탈리아는 10%를 웃돌고 있다. 치사율은 각국 정부가 전염병 대책을 마련하는 기준이 되지만, 전문가들은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각국의 치사율이 ①얼마나 많은 바이러스 검사를 했는지 ②감염자의 연령이 어떻게 되는지 ③매년 통상적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④전염병이 어느 단계에 이르렀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각국은 저마다 다른 기준에 의해 바이러스 검사를 하고 있다. 한국과 독일처럼 의심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까지 증상 여부에 관계 없이 검사 대상에 포함하는 국가가 있는 반면 일본처럼 의료 붕괴를 우려해 소극적으로 나서는 국가도 있다.

홍콩대학의 연구진들은 중국 우한의 감염자 수가 실제보다 많아 치사율이 추정치인 4.5%보다 훨씬 낮은 1.4%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확진자의 평균 연령도 치사율에 영향을 미친다. 해당 국가에 고령인구가 많을 경우 치사율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들이 젊은세대에 비해 기초질환 보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탈리아 보건부 장관의 과학 고문은 지난주 "사망증명서의 12%만 우한 코로나로 인한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이 시기에 통상적으로 사망하는 인구가 많은 국가일 수록 우한 코로나 치사율이 높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영국에선 매년 1~3월 약 15만명이 사망 한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닐 퍼거슨 교수는 "우한 코로나 사망자 중 절반에서 3분의2 정도는 우한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사망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우한 코로나 확산이 어느정도 진행 됐는지, 그에 따라 의료시스템은 얼마나 준비가 됐는지도 치사율에 큰 차이를 만든다. 이탈리아와 중국 우한은 발병 확산세를 의료 시스템이 따라잡지 못했고 치사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스탠포드대학 전염병 학과의 존 로아니디스 교수는 각국의 우한 코로나 관련 데이터를 '전혀 신뢰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실제 감염자는 최대 300배 정도 많을 수 있고 그렇다면 현재의 치사율 추정치는 너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