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조원태 대표가 29일 "회사의 자구 노력을 넘어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 대책이 나온 지 한 달이 훨씬 지났지만, 여전히 국내 최대 항공사 총수가 직접 나서 정부의 지원을 호소할 정도로 상황은 악화일로다.

당장 항공사들은 운영 자금이 바닥났다고 아우성이다. 비행기가 뜨지 않아 매출이 거의 제로(0)여서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인건비와 리스비, 보험료 등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기본 운영비조차 대지 못하는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5월이 되기 전에 항공기를 회수당하게 될 판입니다. 그럼 코로나 사태가 잡히더라도 항공 서비스를 할 수 없으니 도산밖에 더 하겠습니까. 현실이 이런 데도 정부는 말로만 ‘3000억원’ ‘긴급 지원’을 외칠 뿐 실질적인 지원은 전무합니다." 항공업계에 몸담은 지 22년된 한 부장의 말이다.

실제로 전 노선 운항을 중단하는 ‘셧다운’에 들어간 이스타항공은 항공기 5대를 리스사(社)에 회수당했다. 이스타항공은 2~3월 임직원 임금도 60% 이상 체불했으나, 산업은행의 자금지원 대출 심사에서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 탈락이 논란이 되자 산은은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제주항공에 수출입은행과 함께 2000억원을 지원한다고 했다. 그러나 제주항공과 수은은 "아직까지 전혀 확정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반응했다.

다른 LCC들은 산은의 자금 심사 통과 여부조차 알지 못한 채 무한정 기다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달 산은으로부터 140억원을 집행 받은 에어부산마저 "신규 지원책에서 받은 자금이 아니라, 과거 아시아나항공에 산은이 빌려줬던 돈을 아시아나 자회사인 우리에게 빌려주겠다고 승인한 것"이라며 "LCC 지원금 3000억원에 대해선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오리무중"이라고 밝혔다.

정부 지원이 지지부진한 사이 항공사 직원들은 고용 위협에 내몰렸다. 지난달부터 LCC에 몰아친 휴직 바람은 대형항공사까지 휩쓸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4월부터 무급 휴직을 늘려 인력의 절반만 가용하고 임원 급여를 60% 반납하는 고육지책을 추가로 내놨다. 기본급의 70%만 받는 유급 휴직은 ‘필수’, 무급 휴직은 ‘강제 옵션’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3년 차 LCC 승무원은 "승무원 70%가 4월까지 예정된 휴직 기간이 연장될 수도 있다고 통보받았다"며 "가정이 있어서 복직을 무작정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이직 자리를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 달 전 나온 3000억원 지원책은 집행되지도 않았는데 24일 정부는 2차 비상 대책을 내놨다. 이번엔 항공산업 등 주력 산업의 우량기업까지 포함해 100조원 규모라고 한다. 하지만 항공업계는 "지원 대상에 대형항공사까지 포함한다는 것 외엔 한 달 전과 다를 게 없는 얘기"라고 했다. 비행기가 다시 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말 정부의 목적이라면 지원 규모만 앞세우지 말고 지금 당장 지원을 시작해야 한다. 항공회사가 다 망하고 나서 100조원 준다고 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항공업계의 간절한 호소에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