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로 서울과 과천·분당 등 경기 주요 지역 주택시장이 가라앉자 세종과 인천 등으로 부동산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이 지역은 우한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한 3월에도 집값이 오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에도 집값이 오르는 지역이 있을 것이란 수요자들의 기대감이 여전히 살아있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집값 상승이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 2월 외지인 거래 비중과 아파트값 상승이 뚜렷한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송도더샵퍼스트파크 15블록 전경.

1일 한국감정원 부동산거래현황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으로 세종시의 외지인 거래 비중은 49.2%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지난달 세종에서 거래된 아파트 2채 중 1채는 외지인이 샀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2.7%)보다 매우 높아진 수준이다.

인천은 2월 외지인 거래 비중이 34.3%로 주요 광역시 중 가장 높다. 지난해 같은 달 인천 전체 거래에서 23.1%가 외지인 거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급격히 증가한 셈이다. 올해 전국 평균 외지인 거래 비중(22.3%)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세종과 인천 아파트 매매가도 오르고 있다. 코로나 사태의 영향으로 수요자들이 부동산 대면 거래를 꺼려 전국 주택시장은 얼어붙었지만, 이 지역에선 정반대의 일이 일어나고 있다. 3월 넷째 주 세종 아파트값 상승률은 0.27%로, 인천과 대전(0.37%)에 이어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인천 아파트값 상승률은 0.42%를 기록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세종과 인천에 외지인들이 몰리는 건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세종의 경우 투기지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수요와 대전·충북·충남 등 인근 수요가 몰리고 있다. 교육이나 인프라 등의 환경이 계속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세종 전세금이 매년 올라가면서 서울과 경기 등 외지에 주소를 둔 공무원들이 아파트를 사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신도시라 교육이나 인프라 등 앞으로 환경이 월등히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기타 외지인 투자 수요에 한몫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인천은 비규제지역인데다 오랫동안 집값이 오르지 않아 이번에는 풍선 효과로 집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과 경기 지역 규제가 늘어나면서 인천에서도 새 아파트가 많은 송도와 청라, 검단 등 비규제지역에 수요자의 관심이 쏠리며 가격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코로나 사태로 경기 침체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기대감만으로 집값이 계속 오르는 건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 가격이 조정 국면에 들어서고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거품은 금방 꺼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