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기업경기실사지수, 65.5로 2009년 2월 이후 최저…전망은 더 큰 폭 하락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업 체감경기가 세계 금융위기 직후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다음달 전망은 더 큰 폭 하락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600대 기업(매출액 기준)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3월 실적치가 65.5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는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월(62.4) 이후 133개월 만에 최저치다. 내수(71.5), 수출(76.5), 투자(77.3), 자금(81.0), 고용(81.3), 채산성(76.0) 등 모든 부문이 기준을 밑돌았다.

BSI 실적치가 기준선(100)을 넘으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고 100을 밑돌면 그 반대다. 이번 조사는 이달 18~25일 동안 이뤄졌고, 600개 기업 중 408개 기업이 응답했다.

그래픽=송윤혜 팀장

4월 전망치는 59.3으로, 2009년 1월(52.0) 이후 135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전달(84.4) 보다 25.1포인트 하락했는데, 낙폭은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월(28.0포인트 하락) 이후 최대였다. 내수(64.3), 수출(69.3), 투자(74.8), 자금(77.0), 고용(79.0), 채산성(68.8) 등 재고를 제외한 전 부문 전망이 부정적이었다.

한경연은 "코로나19 경제 위기로 인한 4월 경기전망치 월간 낙폭은 25.1포인트로, IMF 외환위기 당시 다음으로 컸다"며 "지난 금융위기 당시에는 5개월(2008년 9월~2009년 1월)에 걸쳐 46.3포인트 하락했지만 이번에는 불과 두 달 만에 32.7포인트 하락하는 등 하강 속도도 빨라 기업이 느끼는 위기감은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종별로는 특히 자동차(44.2), 출판·기록물(46.2), 여행·오락서비스(50.0), 의류·신발 제조(50.0), 도·소매(52.2), 육상·항공 등 운송업(52.4)의 전망이 낮았다. 기업들은 이동 제약으로 인한 소비 위축과 전 세계 조업 차질로 인한 공급 충격이 겹치면서 체감경기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한경연은 이번 경제 위기는 전염병이라는 비경제적인 원인으로 인해 종식 시점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향후 체감경기가 얼마나 더 떨어질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전례 없는 경제 위기로 기업들은 실적악화에 이어 자금시장 위축으로 인한 신용경색을 겪으며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며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해 충분한 유동성 공급과 함께 피해 업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