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가 25일 검찰에 송치되기 전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서며 입은 옷이 '블레임룩(blame look)'으로 화제를 모은다. 그는 휠라 로고가 큼지막하게 쓰인 자주색 맨투맨 상의를 입었다.

블레임룩은 비난(blame)과 외모(look)를 합성한 신조어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비난을 받는 사람들이 입거나 사용한 옷이나 화장품, 액세서리를 모방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사람들이 비난하면서도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자의 차림새를 눈여겨보는 심리를 반영한 용어다.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조씨는 여성에게 가학적인 영상을 찍게 하고, 이를 텔레그램으로 유포한 ‘박사방’, ‘n번방’의 운영자다. 휠라코리아는 조씨의 모습이 전파를 탄 직후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n번방' 사건 주범 조주빈이 (자사 제품을 입고) 포토라인에 섰다"며 "주 고객층인 10대와 특별한 소통을 이어오고 있는 저희 휠라는 이번 일로 깊은 유감과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이어 취재진에게 "휠라 로고를 모자이크해 줄 것을 정중히 부탁한다"고 했다.

하지만 휠라코리아의 우려와 달리 금융시장에서는 휠라의 인기가 올라갔다. 휠라홀딩스 주가는 25일 29.74% 급등했고 26일(10.17%), 27일(0.17%)에도 연일 상승세를 보였다. 투자자들이 휠라 인지도가 높아지는 블레임룩 효과를 기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999년 7월 검거 당시 신창원의 모습. 당시 신창원이 입었던 무지개 티셔츠가 유행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블레임룩은 1999년 탈주범 신창원이 검거되며 입은 무지개 티셔츠다. 부산교도소에서 수감 중이던 신창원이 교도소 화장실 쇠창살을 뜯고 도주한 후 잡혔을 때 입었던 이 옷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제품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미소니’ 모조품으로 알려졌다.

2007년 학력 위조와 현직 장관과의 불륜 스캔들로 파문을 일으킨 신정아씨 사건도 빼놓을 수 없다. 그가 당시 뉴욕 존 F. 케네디(JFK) 공항에 등장했을 때 입었던 알렉산더 맥퀸 티셔츠와 보테가 베네타 가방은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신씨의 블레임룩은 대중에게 덜 알려졌던 브랜드들의 인지도를 올리는 역할을 했다.

검찰 출두하다 벗겨진 최순실의 프라다 신발 한 짝.

하지만 높은 관심과 달리 블레임룩이 오히려 매출 하락을 야기하기도 한다. 국정농단 사건의 중심에 있는 최순실씨의 프라다 신발이 대표적이다. 최씨는 2016년 수백 명의 취재진과 시민들을 뚫고 검찰 청사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신발 한 짝이 벗겨졌다. 벗겨진 신발에는 프라다 로고가 선명하게 보였다. 하지만 일부 백화점 매장에서의 매출은 줄었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비난을 받는 범죄자가 포토라인에서 주목을 받는 만큼 블레임룩이 소비자 인식에 따른 광고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사회적 영향력을 따라가려는 소비 본능을 자극해 모방 소비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매출이 늘어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이미지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해당 업체는 소비자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