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들(개미)이 삼성전자(005930)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가운데, 분할매수 효과 덕분에 삼성전자 주가가 9%만 더 오르면 올해 매수한 개인 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이 플러스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현 추세를 고려하면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으로 일컬어지는 이번 개인의 순매수 열풍은 승전(勝戰)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29일 삼성증권(016360)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지난 27일까지 삼성전자 주식만 7조6435억원어치 매입했다. 이들의 평균 매수단가는 5만2407원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주가는 27일 오전 한때 4만9700원까지 상승하면서 5.4%만 더 오르면 수익 구간에 진입하는 상황이 됐다. 다만 종가 기준으로는 전날보다 1.05% 오른 4만8300원에 그치면서 앞으로 8.5% 더 올라야 수익 구간에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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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지난 19일 한때 4만2300원까지 하락했고, 그 당시 기준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평균 매수 가격은 5만4166원이었다. 당시만 해도 평가손실이 22%에 달했으나 꾸준히 순매수한 덕에 그나마 수익 구간 진입을 노려볼 수 있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 집단을 하나의 주체로 보면, 주가 하락에도 개의치 않고 지속적으로 분할매수에 나서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이 때문에 27일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1월 20일 기록한 최고가 6만2800원에서 약 25% 떨어졌지만, 개인은 조금만 더 오르면 수익이 가능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외에 개인이 많이 매수한 종목은 코덱스(KODEX) 레버리지(2조182억원), 삼성전자 우선주(1조5694억원), SK하이닉스(000660)(8823억원), 현대차(005380)(7910억원) 등이다. 다른 우량주에 비해 비교적 투기성이 높다고 할 수 있는 코덱스 레버리지를 제외하면 다른 우량주들은 모두 5~11%가량 상승하면 수익 구간에 진입한다.

과거에는 개인 투자자들이 설령 저점을 매수해도 너무 빨리 파는 경우가 많았다. 약간의 수익에 만족하고 개인이 빠져나가면 외국인이 이를 받은 후 지속적으로 오르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관되게 순매수하고, 주식 매수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도 매일 큰 폭으로 늘고 있어 "이번에는 다르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4일만 해도 30조원이었던 고객예탁금은 최근 45조1690억원으로 불어나 있다. 특히 26일에는 사상 최고치였던 전날보다도 3조7330억원이나 급증했다.

올해 개인의 유입 구간은 크게 3구간으로 나눌 수 있다. 미·중 무역분쟁 타결 기대감으로 연초 진입한 투자자들과 1월 23일 중국 우한 봉쇄령 이후 국내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 안팎까지 하락했음에도 글로벌 증시는 양호할 때 들어온 세력, 그리고 3월 6일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글로벌 증시가 동반 추락할 때 진입한 투자자들이다.

1구간에 진입한 투자자는 지난해 말 대주주 양도세 때문에 팔았다가 들어온, 원래 주식 투자를 했던 투자자들로 추정된다. 2구간은 글로벌 증시 대비 낙폭이 과하다고 생각해 매수 규모를 늘린 주식투자자로 추정된다. 이른바 '빚투(신용융자 등 빚으로 투자한 규모)'도 이때 대규모로 증가했다.

가장 마지막에 진입한 3구간 투자자는 주식시장에 익숙하지 않은 투자자들로 예상되는데, 이들은 이미 수익을 내고 있음에도 이탈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개인이 사면 피해야 한다는 생각은 상당히 낡은 사고방식으로, 2000년대 중반의 미래에셋 열풍이나 랩 열풍, 사모펀드 열풍 모두 초반에는 미약했으나 시장이 대폭 커졌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급락 사태가 한국 주식시장이 진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최근 개인의 순매수는 부동산 시장 급랭에 따른 '머니 무브'에다 저가 매수는 언제나 옳았다는 경험칙이 반영되는 것 같다"면서 "글로벌 경제 환경이 괴멸되는 상황으로 치닫지 않는다면 최종 승자는 개인 투자자들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