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실업 12배 증가… 단기일자리 부양이 부메랑 되나
심리지표 충격 현실화… 2009년 금융위기 수준 회귀
1일 산업활동동향 발표… 투자·소비·생산 추락할까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었던 코로나19 충격이 경제지표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가파르게 확산 중인 미국에서는 실업수당 신청건수가 한 주 만에 12배 치솟았고, 유럽의 기업경기 관련 지표는 역대 최저까지 떨어졌다. 자택 대피령과 공장 셧다운(가동 중단)의 여파가 실물경제 지표로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주요 실물경제 지표도 발표를 앞두고 있어 긴장감이 감돈다. 다음달 중순 고용동향 발표를 앞두고 전문가들은 그간 일자리 지표를 이끌어왔던 단기 일자리를 중심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물지표에 선행하는 심리지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같은 경제주체의 심리를 반영해 오는 31일 발표될 산업활동 동향에서는 소비와 생산, 투자 등 대부분의 수치가 상당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버스 승차장이 텅 비어있다.

◇전문가 "단기·노인 중심 일자리 지표, 부메랑 맞을지도"

하루 확진자 수가 1만명을 넘어서는 미국에서는 실업지표가 쇼크 수준으로 나타났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15~21일) 실업수당 신청건수가 328만3000건으로 집계됐다. 일주일 전(28만2000건)에 비하면 12배 불어난 수준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최대 200만건 가량을 예상했는데 이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실업 지표는 코로나19가 실물경제에 주는 충격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첫 지표 격이어서 발표 전부터 관심을 모았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까지만 해도 미국 실업률은 3%대에 머물며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였다. 하지만 이제는 연간 실업률이 30%를 기록할 수도 있다는 비관론까지 나온다. 미국보다 한 발 앞서 셧다운에 돌입한 캐나다는 미국보다 한 주 전에 실업수당청구 건수가 100만건에 이르렀다.

내달 중순 발표되는 우리나라의 고용지표도 코로나19의 충격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취업자로 분류되는 일시휴직자가 3월 고용동향 통계부터는 실업자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일시 휴직자는 조사대상기간에 투병, 휴가, 무급휴직 등의 이유로 일을 못하게 됐지만 6개월 이내 직장 복귀가 확실한 근로자를 뜻한다. 2월 통계에서 일시 휴직자가 전년동월대비 30%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는데, 코로나19 확산기간이 길어지면서 실업자로 분류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간 노인·단기 일자리가 취업자수 증가세를 견인해 왔었는데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되레 고용지표의 약한 고리가 된 것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간 지자체 보조금을 통해 노인 일자리를 비롯한 비정규직·임시직·일용직 등을 늘려 일자리 성과를 끌어 올려왔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이 수치가 부메랑이 되어 실업자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3월 고용지표에서는 그간 일시휴직으로 잡혔던 사람들이 취업자에서 실업자로 옮겨가는 규모가 상당히 클 것"이라며 "도소매, 음식숙박업 종사자 중 택배를 포함한 운수창고업으로 옮겨가는 흐름도 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은순현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이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2월 고용동향 브리핑을 하고 있다.

◇'실물 선행' 심리지표 추락…생산·투자·소비 출렁하나

실물 경제지표에 선행하는 심리지표에서도 코로나19의 충격을 엿볼 수 있었다. 한은이 지난 27일 발표한 3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는 78.4로 한 달 만에 18.5포인트 하락했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8년 7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경기상황과 가계 재정상황에 대한 인식, 그리고 취업에 대한 전망이 모두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이후 최저였다.

소비자심리지수는 경제주체의 수요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로, 소비심리의 하락은 향후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재택근무·방학연장 등의 조치가 이어지면서 아직 지표로 산출되지 않은 소비 침체의 기미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23일간 전업계 카드사 8곳의 카드이용 실적(28조2146억원)은 한 달 전에 비해 7.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소비는 10.1%나 줄어든 반면 온라인 소비는 0.5% 증가했다.

오는 31일 2월 산업활동동향 지표를 앞두고 소비를 비롯한 생산·투자의 감소가 예상된다. 한 달 전 1월 지표에서도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은 전월대비 3.1% 줄어 약 9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나타냈다. 1월 설연휴 직전부터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한 영향이 일부 반영된 것인데 2월에는 이같은 흐름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것이다. 1월 지표에서 마이너스(-)로 돌아선 투자와 증가폭이 둔화된 산업생산 역시 더 악화될 여지가 크다. 국내는 물론 해외 곳곳에서 공장 가동이 중단돼 제조업 가동률 또한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유로존의 경우 기업경기지표로 취급되는 예비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역대 최악수준으로 추락했다. 유럽각국이 셧다운을 선언하면서 3월 예비 PMI는 전월(51.6)대비 대폭 하락한 31.4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50보다 크면 경기 확장, 50보다 작으면 경기 수축을 뜻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달 일평균 수출은 물론 산업활동동향 지표도 상당폭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외부활동 자체를 못하고 있으니 소비에서 큰 하락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