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중국기업 '줌 테크놀로지(Zoom Technologies)'의 주식 거래를 중단시켰다. 실적이나 재무 상황을 전혀 공개하지 않는 이 회사의 주가가 최근 7배나 급등 했는데,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혜주와 비슷한 회사 이름 때문이라고 판단해서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화상회의 서비스업체인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이 플랫폼 줌을 시연하는 모습.

26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SEC는 장외거래(OTC)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중국 사이버보안업체 줌 테크놀로지의 주식 거래를 오는 4월 8일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SEC는 "투자자들이 우한 코로나가 대유행 하는 가운데 주가가 오르고 있는 나스닥 상장사와 이 회사를 혼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SEC가 언급한 나스닥 상장사는 미국 화상회의 서비스 업체인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Zoom Video Communications)’이다. 이 회사는 PC와 모바일을 통해 화상회의를 할 수 있게 하는 플랫폼 '줌' 개발사다.

줌은 별도 프로그램 설치가 필요 없이 많은 회사들이 이미 쓰고 있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이메일이나 앱과 연동해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우한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늘어나자 줌을 도입하는 회사가 급증하고 있다.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의 주가는 지난달 대비 50% 올랐다.

그런데 줌 비디오의 주가 상승과 더불어 장외시장에서 중국기업인 줌 테크놀로지의 주가도 급등하기 시작했다. 올해 1월까지 1달러선에서 거래되던 이른바 ‘동전주(penny stock)’였는데 2월 중순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3월 20일 20.90달러까지 상승했다. 최근 한달 간 7배가 올랐다.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줌 테크놀로지는 인터넷 전화나 블루투스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회사로 미국의 줌 비디오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이 회사는 지난 2015년부터 재무 상황이나 운영 계획 등 사업 관련 공시를 전혀 하지 않고 있어 주가 상승 요인이 될 만한 어떤 재료도 없다.

SEC는 주가 상승의 배경에 ‘종목코드’가 있다고 봤다. 줌 테크놀로지의 장외시장 종목코드가 ‘ZOOM’여서 투자자들이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과 관련있는 회사라고 오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의 종목코드는 ‘ZM’이다.

재밌는 건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의 창업자인 에릭 위안 최고경영자(CEO)가 중국 산동성 출신이라는 점이다. 그는 중국산동과학기술대학교 재학 당시 기차로 10시간 이상 떨어진 여자친구와 장거리 연애를 하면서 육체적 피로감을 줄일 수 있는 화상대화 서비스를 고안하게 됐다고 밝혔다.

포브스에 따르면 기업이 회사명의 덕을 본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2013년 트위터가 기업공개(IPO)를 한다고 발표한 다음날 파산 상태였던 유통업체 ‘트위터 홈 엔터테인먼트(Tweeter Home Entertainment)’의 주가가 하루 만에 2200%나 급등해 거래가 중단됐다.

2017년 소셜미디어 앱인 스냅챗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투자자들은 ‘스냅 인터렉티브(Snap Interactive)’라는 생소한 기업 주식을 대거 매입했는데 스냅챗과는 전혀 상관없는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였다. 이 회사는 스냅챗 IPO로부터 1년 뒤 ‘피어스트림(Peerstream)’으로 이름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