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 연합 측 후보 4명은 모두 부결… 조원태 연임 무난히 성공할 듯

한진그룹의 경영권이 달린 한진칼(180640)의 주주총회에서 이사회가 낸 사외이사 후보 5명이 모두 선임됐다. 반면 조원태 회장에 맞서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 3자 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4명에 대한 선임안은 모두 부결되면서 조원태 회장은 무난하게 경영권 방어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은 27일 오후 12시 6분쯤 서울 중구 한진빌딩 본관에서 제7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의 사외이사 선임안을 참석 주주 찬성 56.39%, 반대 43.44%, 기권 0.27%로 가결했다.

이어 박영석 자본시장 연구원장은 찬성 56.84%, 임춘수 마이다스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는 찬성 52.26%, 최윤희 전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찬성 56.85%, 이동명 법무법인 처음 대표변호사는 찬성 55.59%를 얻으면서 한진 측 사외이사 5명이 모두 선임됐다. 한진칼은 이사 선임·해임 안건을 일반결의사항으로 정하고 있어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통과된다.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진빌딩 본관에서 열린 한진칼 제7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맞서 3자 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인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는 반대 52.42%, 여은정 중앙대 교수는 반대 56.43%, 이형석 수원대 교수는 반대 56.44%,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사람 변호사는 반대 56.53%를 받으면서 4명 모두 선임에 실패했다.

현재 진행 중인 주총에서는 지난해 재무제표 승인안과 사외이사 선임안을 처리한 데 이어 사내이사 선임안 등을 의결하고 있다. 최대 관심 사안은 한진칼 이사회가 낸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이다.

앞서 한진칼은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3명(임기만료 1명 제외)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조원태 회장 외에 신규로 사내이사 하은용 대한항공 부사장과 사외이사 김석동 전 위원장 등 총 6명의 이사 후보를 제안했다. 조 회장에 맞서는 3자 연합은 사내이사에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을 중심으로 한 7명의 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한편 조원태 회장은 이날 주총에 참석하지 않았고, 석태수 한진칼 사장이 의장을 맡았다. 오전 9시 시작 예정이었던 주총은 조원태 회장 측과 3자 연합 측의 소액주주 의결권 위임장 중복 확인 절차가 길어지면서 3시간 가량 지연됐다.

주총장이 마련된 한진빌딩 26층 대강당에는 주주 150여 명이 가득 들어찼다. 준비된 좌석이 모자라 일부 주주들은 접이식 간의 의자에 앉았다. 이날 참석률은 84.93%로, 작년 주총 참석률 77.18%보다 늘었다.

이날 주총에선 안건 심의에 앞서 여러 주주들이 발언을 요청하고 나서면서 진행이 여러차례 멈춰섰다. 그러면서 발언을 원하는 주주와 신속한 진행을 요구하는 주주 간 고성(高聲)이 오갔다. 발언 신청자 중에는 대한항공 항공기 리베이트 의혹을 제기해 온 채의배 민생당 의원도 있었다. 채 의원은 "대한항공 임원이 연루된 ‘180억원 리베이트 의혹’은 한진칼 자산가치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만약 리베이트에 가담한 고위 임직원이 한진칼에서도 근무하고 있다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말해달라"고 질문했다. 이에 석태수 사장은 "검찰에서 조사 중인 사안으로, 조사 결과에 따라 진상 파악과 책임 규명에 나설 것"이라고 답했다.

한진칼 이사회 측 사외이사 가결을 시작으로 조 회장은 확실한 승기를 가져갈 것으로 예측된다. 조 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 22.45%와 그룹 우군인 델타항공의 지분 10%, 카카오 1%, 대한항공 자가보험과 사우회 3.79%, GS칼텍스 0.25% 등 총 37.49%를 확보했다. 여기에 캐스팅보트를 쥔 것으로 여겨진 국민연금(2.9%)이 전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 결정을 내리면서 조 회장 측 지분은 총 40.38%로 올라섰다.

반면 3자 연합이 확보한 지분은 지난 24일 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으로 조 전 부사장 6.49%, KCGI 17.29%, 반도건설 5% 등 총 28.78%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