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 동력을 찾기에 골몰한 국내 건설사들이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협력할 파트너를 찾아 양해각서(MOU)를 맺거나 외국 기업과 합작사업을 진행하던 그동안의 방식을 뛰어넘어 아예 신사업과 관련된 기업에 직접 투자하고 기술과 인력을 흡수하는 추세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최근 드론 제조·소프트웨어 개발 전문기업인 아스트로엑스(AstroX)의 지분 30%를 사들였다. 스포츠용 드론 전문업체인 아스트로엑스는 자율비행능력을 탑재해 실내 점검이나 정찰이 가능한 산업용 드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이번 투자를 통해 산업용 드론을 활용한 종합관제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산업용 드론을 이용한 관제 화면.

대우건설은 지난 달에는 방산·생활안전 전문기업인 SG생활안전의 지분도 5% 사들였다. 다중이용시설의 공기정화시스템과 재난대피시스템, 산업시설용 안전강화시스템, 대형 야외 공기정화시설 등을 공동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다.

올해 신사업으로 2차전지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한 GS건설은 올 들어 해외 모듈러(modular) 주택 전문업체들을 줄줄이 사들이고 있다. 영국 철골 건축 기업인 엘리먼츠(Elements)와 폴란드의 목조 주택 업체 단우드(Danwood)를 인수했고, 고층 모듈러 주택을 지을 수 있는 건축정보모델링(BIM) 기술을 보유한 미국 업체는 인수 계약을 마무리하는 단계다. 모듈러 주택은 공장에서 주택의 일부를 제작한 다음 이를 현장에서 연결하고 조립해 짓는 주택을 말한다.

GS건설 관계자는 "인건비가 비싼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공사비용이나 공사기간이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장에서 주택 일부를 생산해 조립하는 모듈러 주택이 발달했다"면서 "한국도 앞으로 인건비가 계속 상승하면 이 같은 모듈러 주택의 수요가 생길 것이라고 보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대림산업은 석유·화학 분야를 강화하고 나섰다. 합성고무 소재 수술장갑을 제조하는 미국 크레이튼의 기능성 고무제품 사업부와 네덜란드 연구개발(R&D)센터를 인수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건설시장의 성장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위기감이 발현된 결과로 풀이한다. 해외 정유·석유화학 플랜트 발주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 유가가 곤두박질친 데다, 전 세계 제조업 경기가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제 신용평가업체인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손실을 반영해 올해 한국 경제가 0.6% 역성장할 것이란 전망치를 내놨다.

다만 신사업 초기에는 투자 비용이 수익보다 큰만큼,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실적을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건설사들이 발표한 신사업이나 인수한 회사들이 단기간에 실적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이고, 해당 사업의 수익성이나 기술력에 대한 정보도 부족한 상태"라면서 "중장기적으로도 이 같은 신사업들이 건설사들의 실적을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