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총리·연구원장·학회장 "코로나19 충격, 전대미문의 '복합위기'"
"외환위기·금융위기완 달라… 실물서 파생된 불안심리 전세계 공포로"

전직 경제부총리와 경제연구원장·학회장들은 코로나19발(發) 경제충격으로 올해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한 코로나 감염병으로 인한 공포로 생산, 소비, 투자 등 실물경제 활동이 ‘일시 정지’되는 상태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코로나 사태를 '복합위기'로 정의했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부문 충격으로 실물경제가 후행적으로 타격을 받았으나 이번엔 반대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조선비즈가 코로나 경제위기 해법을 찾기 위해 접촉한 7명의 경제고관 중 4명은 올해 우리 경제가 역성장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나머지 세 명은 성장률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예측이 불가능할 만큼 어려운 상황으로 정의했다. 1% 이상 성장을 전망한 고관은 한 명도 없었다.

사람들이 이동을 자제하면서 서울역이 텅 비어 있다.

이인호 한국경제학회장(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은 "이미 전년대비 0%인 상황까지는 온 것 같다"며 "지금부터 전염병 통제를 어느수준으로 할 것이냐에 따라 더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신성환 한국금융학회장(홍익대 경영학부 교수)은 "올해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며 "통상 위기가 자산가격 붕괴에서 오는데 기업이익, 가계소득이 흔들리면서 문제가 시작돼 더 위기감이 큰 것"이라고 했다.

김준경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은 "당연히 마이너스라고 보는데 성장률 수치는 별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의 1, 2 분기 성장률도 -50%까지 나오는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이라고 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지금 한국경제는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의 종식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상황에서는 1%미만 혹은 마이너스까지 갈 수 있다"고 했다.

해외 기관을 중심으로 올해 우리나라가 역성장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연구원장들 다수가 유사한 시각을 내비쳤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0.6%로 제시했고, 영국의 경제분석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도 올해 우리나라가 1.0%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비가 완전히 닫혔고 산업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면서 궁극적으로는 금융에도 위험한 영향을 준다"며 "보통의 금융위기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지만 경제외적인 것에서 시작됐다는 데 차이점이 있다"고 했다.

그래픽=송윤혜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확산되면서 실물경제에서 불안이 파생됐다는 게 과거 경제위기와는 가장 다른 점이다. 경제 불안심리가 일부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점도 현 사태의 특징 중 하나다. 1997~1998년 외환위기는 한국·태국 등 아시아 일부 국가의 외화경색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 내 금융기관의 건전성 문제가 시발점이었다.

장지상 산업연구원장은 "이번 위기는 전염병 예방을 위한 격리조치와 국내·국외 이동 제한에 따른 생산·수요의 위축, 즉 실물 부문의 경제활동 위축에서 위기가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실물 부문의 위축이 자금경색으로 인한 기업 부도로 이어지고 이것이 금융 부문의 위기로 전이되면서 다시 실물 부문의 위기로 이어지는 걸 막아야 한다"고 했다.

이인호 한국경제학회장은 "과거 위기 때는 상대적으로 경제상황이 괜찮은 국가들을 의존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짚고 일어날 곳이 없다"며 "정상적인 상거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근본문제인 코로나19가 해결되지 않아 시장은 예측불가능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외환위기는 돈의 문제였고, 글로벌 금융위기는 신용제도의 문제였는데, 지금은 복합위기의 상황"이라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각국이 문을 걸어 잠그는 일이 언제까지 갈지 몰라 더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은 "경제적인 요인으로 위기가 시작됐으면 과거 경험으로 비춰서 언제쯤 끝날지 예측이 되는데 전염병이라는 비경제적인 사건때문에 발생된거라 종식 시점이 불확실한게 가장 큰 위험이다"며 "사람과 물자, 자본의 이동이 제한되다 보니 통화·재정정책이 잘 먹히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