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발표된 12·16 대책 이후 경기 지역에서 거래된 아파트의 중위매매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역의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두 달 새 10% 넘게 상승했고, 서울에 육박할 정도로 오른 곳도 나왔다. 중위매매가격은 실제로 거래된 아파트를 가격 순서대로 일렬로 세웠을 때 중간에 해당하는 값이다. 이 값이 상승하면 실제로 거래된 아파트 가격대가 전반적으로 높아졌다는 뜻이다.

2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억3748만원이던 경기 지역의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올해 2월 3억6317만원으로 2개월 만에 7.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의 아파트 중위매매가격도 7억9757만원에서 8억3955만원으로 올랐지만, 상승률(5.3%)은 경기보다 낮았다.

경기도 내에서 보면 성남의 중위매매가격은 올해 들어 8억원대에 진입했다. 올해 2월 거래된 성남 아파트의 중위매매가격은 8억7113만원이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15% 뛴 가격대일뿐만 아니라 서울의 중위매매가격보다 비싼 가격이다.

정부가 2·20 대책을 통해 일부 자치구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 수원, 용인, 안산의 중위 매매가격도 상승세다. 수원 영통구의 가격대가 특히 뛰었다. 지난해 12월 3억7600만원이었던 영통의 중위매매가격은 두 달 만에 4억4475만원으로 20% 가까이 상승했다. 광명도 중위매매가격이 지난해 말 5억원에서 5억6900만원으로 10% 넘게 올랐다.

경기도의 2019년·2020년 월별 아파트 매매 거래 추이

경기권에서는 아파트 매매 거래도 지난 해보다 활발해졌다. 경기부동산포털 집계를 보면, 올해 1~2월 두 달 동안 월 평균 거래 건수는 약 2만5700건이다. 지난 해에는 한 달에 평균 1만1800건 정도 매매된 것과 비교하면 거래량이 두 배 수준이다. 부동산 거래 신고 기한이 ‘계약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로 단축된 시기가 지난 달 21일인만큼, 규정이 개정되기 이전에 거래된 내역이 신고되면 실제 거래량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과 인접한 경기권으로 주택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상황에서 입주 물량 등 공급이 부족하고 교통 호재가 예정된 지역의 아파트값이 9억원으로 수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다.

올 한 해 경기도의 입주 물량은 12만가구를 웃돌 예정이지만,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이 급등한 성남과 광명, 수원, 용인 등은 입주하는 가구 수가 많지 않다. 부동산114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성남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543가구, 광명과 용인은 1500여가구에 그친다. 상반기 입주 예정 물량이 전혀 없는 수원은 연말 쯤에야 600가구 정도가 입주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위원은 "최근 부동산시장의 키워드가 ‘수용성(수원·용인·성남)’이었듯 규제가 많은 서울 대신 올 한 해는 경기권이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급 물량이 부족한 지역과 신분당선 연장,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이 강세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코로나 사태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때문에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 상승세가 관망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