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채·MBS 제한 없이 매입할 것"
회사채 발행 시장까지 돈 풀어…유동성 직접 주입
학자금 대출· 할부·신용카드 대출 채권도 매입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했다.

이번 주에만 미 국채 477조원(3750억달러)어치와 부동산담보증권(MBS) 318조원(2500억)어치를 사들인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가계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쓰였던 TALF(기간 자산유동화증권 대출 창구) 프로그램을 되살려 학자금 대출, 자동차 할부, 신용카드 대출 채권을 매입하기로 했다. FRB는 회사채까지 양적 완화 대상에 포함시켰다. 전방위적인 금융 지원에 나선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FRB는 23일 8시(현지시각)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 뒤 무제한적인 국채 및 MBS 발행 방침을 발표했다. FRB는 FOMC 성명서에서 "시장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되는 것을 돕고 통화정책이 좀 더 광범위한 금융 시장에 유효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채권을 매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무제한적인 채권 매입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은 "FRB가 경기 부양을 위해 코로나바이러스를 향해 바주카포를 들이밀어다"고 평가했다.

먼저 FRB는 미 국채 시장 안정을 위해 미국 국채를 매입한다. 이번 주에만 3000억달러(477조원) 어치를 사들이겠다는 게 연준의 방침이다. 지금까지 FRB가 발표한 기준 금리 인하와 대규모 국채 매입 방침에도 국채 금리가 오르자, 아예 ‘무제한 매입’ 기조를 밝힌 셈이다. 사실상 FRB의 발권력을 이용해 국채를 사들여 금리를 안정화시키겠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부동산담보대출(MBS) 증권 매입이다. 부동산담보증권 업무를 하는 3곳의 준정부기관이 발행하는 주택담보증권과 상업용부동산담보증권도 매입하겠다고 FRB는 밝혔다. FRB는 주택을 대상으로 발행된 MBS를 매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었는데, 그 규모를 ‘무제한’으로 확장한다. 또 주택뿐만 아니라 상점, 오피스빌딩, 쇼핑몰 등에 대출이 이뤄진 상업용부동산담보대출(Commercial MBS)도 매입하기로 했다.

미국 국채뿐만 아니라 부동산담보증권 금리가 큰 폭으로 올라 관련 채권 및 파생금융상품 가격이 급락하고, 금융 경색으로 발전할 것을 막겠다는 조치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소상공인들의 업황이 크게 나빠지면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 연체가 대거 발생하고, 이 대출을 담보로 해서 발행된 자산담보부증권(ABS) 등의 가격 폭락을 막겠다는 게 FRB의 의도다.

23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발표한 무제한 양적 완화 방침은 금융시장 경색을 막기 위한 조치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거래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아울러 FRB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가계와 소상공인 대출을 지원하기 위해 썼던 TALF(Term Asset-Backed Securities Loan Facility·기간 자산유동화증권 대출 창구)를 부활시켰다. TALF는 학자금 대출, 자동차 할부금융, 신용카드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ABS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해당 자산 가격 하락으로 인한 금융기관의 연쇄 부실과, 그로 인한 가계·소상공인 대출 위축을 막겠다는 목적이다.

이 밖에도 대기업 지원을 위한 회사채 매입 방안도 밝혔다. FRB는 "발행시장 기업신용 대출 창구(Primary Market Corporate Credit Facility·PMCCF)와 유통시장 기업신용 대출 창구(Secondary Market Corporate Credit Facility·SMCCF)라는 대충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신용도가 높은(outstanding) 회사채에 유동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에게 자금을 직접 주입하겠다는 의미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자금 지원까지 FRB는 팔을 걷어붙였다. "머니마켓뮤추얼펀드 유동성 대출창구(MMLF)와 기업어음 지원 창구(Commercial Paper Funding Facility·CPFF)를 확대해 지자체에 대한 유동성을 지원할 것"이라는 게 FRB의 설명이다.

FRB는 기업, 고용주, 소비자들에 대한 지원을 위해서 30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여기에 미국 재무부는 외환시장 개입 용도로 만들어진 환율안정펀드(ESF)에서 300억달러를 갹출해 돕는다.

FRB는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가계, 기업, 미국 경제를 돕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성명서에서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