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홍 대한감염학회 회장 경고 3차유행 야기 3대요인중 해외유입⋅집단감염 이미 현실화
바이러스 변이 경고됐지만 질본 "유행속도나 치명률 등에 영향을 줄만한 수준 변이 아냐"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유행을 막으려면 해외로부터의 유입과 지역사회에서의 집단감염 차단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유진홍 대한감염학회 회장(가톨릭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이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JKMS)에 지난 8일 기고한 글을 통해 3차 유행 가능성을 경고하며 언급한 세가지 위험 요인 가운데 변이 바이러스를 제외하고 이들 2가지 요인의 경우 이미 현실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코로나 사태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들어온 첫 환자가 지난 1월 20일 발생한 것을 시작으로 1차 유행이 시작됐다. 이후 2월 중순 대구·경북에서 신천지대구교회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2차 유행으로 이어졌다.

유 교수는 당시 ‘한국에 코로나바이러스 3차 유행이 올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쓴 글에서 "한국질병관리본부가 제공한 데이터에 기반해 개인적으로는 3월 10일을 기점으로 우한 코로나 확진자가 1만명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면서도 "하지만 3월 5일부터는 확진환자가 조금씩 줄며 8일은 그 경향이 둔화되고 있다.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내주까지 확진 건수가 줄어들기를 바란다"고 했다. 유교수는 "그러나 우리가 원하는 만큼 쉽게 사라질 것으로 보이는가? 만약 3차 유행이 온다면 이 희망은 없어질 것이고 악순환이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3일 0시 기준으로 누적 확진자 수는 총 8961명이다. 유 교수의 예측보다는 더딘 속도지만 계속 확진자 수는 늘고 있다.

지난달 24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입국한 중국인 유학생들이 입국장 내 마련된 유학생센터에서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안내를 받고 있다.

유 교수가 3차 유행을 불러올 요소 중 첫번째로 꼽은 새로운 돌연변이 바이러스’ 발현에 대해 보건당국은 아직까지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유 교수는 당시 "바이러스가 아무리 창궐해도 면역력이 생기면서 결국 질병은 소멸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이전과 같지 않다면 우리는 면역력이 준비돼있지 않아 악몽이 시작될 것이며 상황은 더 안 좋아질 수 있다"고 했다.

이와관련 이상권 질본 감염병진단관리과장은 지난 16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연구에서 몇가지 바이러스 변형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유행속도나 치명률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직 아닌 것으로 알려져있고 변이 패턴이 어떻게 변할 지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유 과장은 다만 "유럽에서 전파속도가 너무 빠른 나머지 이 것이 바이러스 변이 때문인지 논의도 있었으나, 과학계에서는 특정 바이러스의 변이 또는 다른 돌출적인 상황에 의해 유럽의 진행 속도가 빨라진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집단감염과 해외유입이다. 유 교수가 두번째로 지적한 '집단감염'의 경우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2일 0시 기준 국내 확진환자의 80.9%는 집단감염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 교수가 당시 "학교 혹은 양로원 및 요양시설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학교는 젊은이들이 주로 있으나 양로원 등은 노인이나 만성질환자들이 많아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경고는 요양병원 교회 등지에서의 집단감염으로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 교수가 3번째 리스크 요소로 언급한 ‘해외유입’은 이미 국내 확산을 부추길 수 있는 위협요인으로 부상했다. 유 교수는 당시 "만약 돌연변이에 의한 새로운 물결이 중국에서 시작된다면 우리는 심각하게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을 제한할 방법을 다시 생각해야한다"며 "그때는 더 이상의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으로부터의 이민 등도 금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현실은 중국은 물론 전세계를 특별입국절차 대상으로 확대하고, 유럽발(發) 입국자 전원을 상대로 14일 격리를 의무화하는 조치가 나올만큼 해외유입발 우한 코로나 확산 리스크가 커졌다.

정부는 해외로부터의 유입을 막기 위해 지난 달 3일 중국 본토를 시작으로 홍콩·마카오, 일본, 이란 등으로 특별입국절차 적용국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다 19일부터 출발국에 상관없이 모든 입국자로 보편화했다.

22일 0시부터는 유럽발 입국자 전원에 대해 코로나 진단검사를 하고, 장기 체류자는 음성이 나오더라도 2주간 격리 생활을 하도록 하는 등 검역 절차를 강화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코로나 확진자가 2만명을 넘어서는 등 상황이 점점 악화하면서 유럽 외 지역에서 출발하는 입국자에 대해서도 이러한 검역 절차를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