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5살짜리 자녀를 둔 직장인 박모(38)씨는 최근 증권사 지점에서 자녀의 주식 계좌를 만들었다. 우한 코로나(코로나19) 공포감으로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 증시가 출렁이자 이때 싼값에 자녀 이름으로 주식을 사놓으면 언젠가는 오르겠지 싶어서다. 미성년 자녀에 대한 증여세는 10년에 2000만원까지 비과세다.

박씨는 "아이들 주식 계좌에 해외 주식인 마이크로소프트(MS)를 사놨다"라며 "아이들이 대학교에 갈 때쯤이면 지금 사놓은 주식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미성년 자녀 이름으로 주식 계좌를 만들기 위해선 여러 서류와 준비물을 갖춰야 한다. 박씨는 "주가가 낮을 때 재빨리 주식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해 가족관계증명서 서류를 떼고 도장 등을 만드느라 분주했다"고 말했다.

상장사 주식을 보유한 미성년자 주주는 매해 늘어나 2018년 말 기준으로 총 26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 정무위 소속 유의동 의원(바른미래당)이 주식명의개서 위탁업무를 하는 한국예탁결제원과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미성년자 보유 상장사 주식 현황을 분석한 결과, 미성년자 주주는 2015년 18만4000명, 2016년 19만88명, 2017년 21만2570명, 2018년 26만62명으로 4년 연속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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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 서류 가지고 지점 방문해야…비대면 계좌도 가능

미성년자가 증권 계좌를 개설하려면 부모 등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부모들이 주로 직접 증권사 지점을 방문해야 한다. 미성년자가 따로 올 필요는 없고 부모만 직접 지점에 가도 된다. 지점에서 주식 계좌를 개설한 뒤에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인터넷을 통해 간단히 주식을 사고팔 수 있다.

미성년 자녀 이름으로 증권 계좌를 만들기 위해선 자녀의 주민등록초본과, 가족관계입증서류, 법정대리인(부모)의 신분증, 거래인감(도장) 등을 지참해야 한다. 대리인 신분증은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 여권 모두 가능하지만 여권에는 거주지 정보가 담겨있지 않아 따로 거주지를 입증할 수 있는 서류가 필요하다.

성인 주식 계좌를 만들 때와 마찬가지로 부모가 고객등록 신청서, 금융거래목적확인서, 투자자정보확인서 분석 등의 서류도 똑같이 작성하면 된다.

비대면 방식도 있다. 비대면으로 계좌를 만들면 수수료가 무료라는 장점이 있다. 비대면 방식은 신한금융투자에서만 가능하다. 신한금융투자 애플리케이션 ‘알파’로 들어가 계좌개설 탭을 누른 후 설명에 따라 계좌개설을 진행하면 된다. 대면 개설과 달리, 가족관계증명서가 아닌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아야 한다. 나머지 필요 서류는 대면 방식과 같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비대면으로 미성년자 주식 계좌를 만들 때 발급문서확인번호를 입력해야 하는데 온라인(민원24)으로 주민등록초본을 발급받아야만 이 문서확인번호가 보인다"고 설명했다.

◇자녀 경제 관념 형성에 좋고 증여세 혜택도 덤

미성년자에게 주식 계좌를 만들어 주면 자녀들에게 일찌감치 경제 관념을 형성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자녀에게 경제를 가르치는 쉬운 방법 중 하나가 주식을 선물하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부모도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미성년 자녀에 대한 증여세는 10년마다 2000만원까지 비과세인 만큼 부모들은 미성년 자녀가 어릴 때부터 이 혜택을 활용하면 좋다. 만일 자녀가 태어나자마자 2000만원, 11세에 2000만 원을 증여한다고 가정하면 자녀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4000만원을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증여할 수 있다.

다만 증여세가 나오지 않더라도 증여 신고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의 차명계좌로 인식돼 자녀가 성인이 돼도 맘대로 쓰지 못할 수 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피하려는 사람들이 자녀 명의로 차명계좌를 만들어 금융자산을 분산하는 편법이 많았기 때문이다.

투자수익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와 증여세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증여한 주식 자금으로는 장기 성장성이 높은 우량주에 투자하면 좋다. 미성년자 자녀가 만 19세가 넘어 성인이 되면 계좌 관련 업무는 자녀 본인만 볼 수 있다.

반면 현재 주가 지수가 낮다고 해도 몇 년후 꼭 오를 수 있다는 확신에 성급히 자녀의 계좌를 만들어 ‘묻지마’ 투자하는 건 금물이다. 미래 주식 가치가 지금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폭락장 속에 지점을 직접 찾아와 투자를 의뢰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방’을 노리는 것 또한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