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수 90% 줄어 도산 위기에 '언 발에 오줌 누기' 대책
"당장 절실한 금융 지원책 빠져… 정부, 상황 인식 부족"
'LCC 3000억원 긴급 지원'은 지지부진… 대형항공사는 제외
"현 상황 2개월 이상 지속되면 운영비 감당도 힘들어"

"비행기가 뜨지도 않는데 착륙료 감면이 무슨 긴급 지원입니까. 항공산업은 관광, 숙박 등 서비스부터 정비까지 연관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고속버스 통행료 면제와 다를 게 없습니다."(항공사 관계자)

정부가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에 추가 지원안을 내놨지만, 업계에서는 핵심인 금융 지원이 빠져 단기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해 항공사들이 줄도산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와중에 당초 정부가 저비용항공사(LCC)에 약속한 3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이나 지급 보증 등의 실질적인 금융 지원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18일 이달부터 5월까지 주기료(항공기 주차 비용) 약 79억원을 전액 면제하고 공항 착륙료는 10~20% 감면하는 등 공항시설사용료 감면 확대와 운수권·슬롯(특정 시간대에 공항을 이용할 권리) 회수 전면 유예 등의 항공 분야 대책을 발표했다. 항공사들은 "주기료가 면제된 건 다행이지만, 나머지는 비행기 90%가 뜨지 않는 상황에서 의미 없는 지원"이라며 "금융 지원이 없다면 항공사 줄도산은 시간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초유의 사태에서 공항 이용료 감면·면제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라는 것이다.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계류장에서 항공기들이 코로나 여파로 멈춰 서 있다.

현재 LCC 대부분은 국제선 전체를 닫고 국내선으로만 버티고 있다. 대형항공사들도 국제노선의 85%를 중단했다. 이달 인천공항의 하루 평균 여객 규모는 1만6000명으로 작년 3월 19만명보다 90% 이상 줄었다. 한국발 입국 제한국도 170곳으로 늘면서 발이 묶인 항공사들은 올 상반기에만 최소 6조3000억원 이상의 매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측됐다.

LCC 관계자는 "항공사가 다시 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선제적으로 연말까지 주기료 등을 감면하고 당장 시급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항공사들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 자국 항공사를 살리기 위해 내놓은 대책을 언급하며 금융 지원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LCC 관계자는 "자금 조달을 도와야 하는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가에서 내놓은 정책에 비해 너무 미미하다"며 "지원을 약속한 3000억원에 대해서도 여전히 무담보, 무심사 대출 등의 언급 없이 심사 중이라고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LCC 사장단은 정부에 무담보·장기 저리 등 조건을 대폭 완화한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원에 나서 줄 것을 촉구한 바 있다.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서 항공편 전광판이 텅 빈 모습이다.

이마저 대형항공사들은 30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지원 대상에서 배제돼 지급보증 등의 금융 지원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항공사 관계자는 "긴급 지원 규모를 확대해 전체 항공사를 대상으로 확대 실시해야 한다"며 "미국 등에서는 항공사들에 지급보증과 같은 직접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대형항공사 관계자는 "사태의 위중함을 고려해 LCC에만 적용되고 있는 항공기 재산세와 취득세 감면 혜택을 대형항공사에도 적용해야 한다"며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자구책은 다 꺼내놓고 있지만, 현 상황이 2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운영비조차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국적 항공사들에 대해 500억달러(약 64조원)규모의 긴급 부양책을 마련했다. 이와 별개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담보 대출을 포함한 40억달러(약 5조14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책을 실시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 역시 독일 국적 항공사인 루프트한자에 무한대 금융 지원을, 프랑스 국적 항공사 에어프랑스에는 11억유로(약 1조5400억원)의 담보 대출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