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생긴 글로벌 경제위기로 국내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과거에도 외부 요인이 나타날 때마다 큰 충격을 받았던 한국 부동산 시장이 이번에도 상당 부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얼마나 큰 폭으로, 그리고 얼마나 오랫동안 영향을 미칠지다. 한국 부동산 시장을 이끄는 서울 강남의 과거 움직임을 보면 증권시장보다 늦게 내림세에 접어들었고, 여파는 더 오래간 것으로 나타났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국내 주택시장이 변곡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늦게 반응하고, 오래가는 강남 주택시장

18일 조선비즈가 KB국민은행 부동산을 통해 주택시장 ‘바로미터’라고 불리는 서울 강남구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을 살펴보니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직후인 2008년 아파트 매매가는 7.2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직전 강남 아파트 값은 크게 오르다 소폭의 조정을 받는 모양새였다. 2006년 강남 아파트 매매가는 무려 27.68% 상승했다. 2007년에는 1.38% 하락하는 조정을 받았고, 그러다 금융위기를 맞았다. 2014년부터 급등한 강남 집값이 이제는 오를 만큼 올랐다는 심리가 퍼진 상태라는 점이 현재와 비슷하다고 볼 대목이다.

상당수 전문가도 수요자의 불안심리가 커진 현재 상황에서 우한 코로나로 인한 세계 경기 침체가 트리거(방아쇠)가 된다면 집값이 홀로 상승세를 이어가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상황은 금리가 낮아지는 것을 빼면 부동산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만한 요인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과 증시와의 상관관계도 눈여겨볼 만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코스피지수는 2007년 말부터 하락 추세가 뚜렷해졌는데, 아파트 매매가는 이듬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시장이 증시보다 한발 늦게 반응한 셈이다.

2009년 들어 잠시 반등했던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은 이듬해 유럽 재정위기를 겪은 이후 다른 길을 갔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코스피지수는 20.26% 상승했다. 반면 2010년이후 강남 아파트 값은 2013년까지 내림세를 보이다 2014년에 겨우 반등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상처를 극복하기까지 부동산시장은 약 4년이 더 걸린 셈이다.

◇우한 코로나도 부정적 영향 가능성

전문가들은 부동산의 경우 실물자산인데다 주식보다 상대적으로 거래금액이 크기 때문에 증권시장보다 늦게 외부요인에 영향을 받고, 그 여파도 오래 간다고 분석한다. 우한 코로나 여파가 국내 부동산시장에서 늦게 나타난다고 해도 피하기는 어려울 수 있음을 예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부동산시장에 변곡점이 왔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2014년 이후 서울 부동산시장이 쉬지 않고 급격하게 오른 여파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떨어지고 있고, 공시가격 인상과 정부 규제 등으로 주택 매매거래 자체가 힘들어진 것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기 위축도 부동산 가격에는 부정적인 요소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성장률 전망을 2.1%에서 1.6%로 낮춘 데 이어 1%까지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 역시 2.3%에서 2.1%로 경제성장률을 낮췄다.

실제로 지난 16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하향 조정하면서 "글로벌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커졌고, 국내 실물경기도 큰 타격을 입는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금리 인하는 부동산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그만큼 실물경기가 어렵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면서 "집을 산다는 것은 미래 소득과 일자리가 안정된다는 기대가 있을 때 하는 행동인데, 실물경기 침체는 이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증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동산시장도 이 영향을 벗어나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