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지난 13일 임시 금융위를 열고 증권사의 신용융자 담보비율 유지 의무 면제 방안을 발표했지만, 반대매매 통지는 16~17일에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대매매란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신용융자(대출)를 받아 매수한 주식이 급락해 담보가치가 하락하면 증권사가 담보물인 주식을 강제 매도하는 것을 말한다. 반대매매를 실행할 때 기준으로 하는 지표가 신용융자 담보비율이다. 전체 주식가치(담보 제공된 주식 + 신용으로 매수한 주식가치)가 대출금액의 140%를 밑돌면 반대매매 통지가 들어가는 구조다.

최근 반대매매는 일평균 120억~130억원으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반대매매 실행 금액보다 중요한 것이 반대매매 '통지'다. 보유주식이 반대매매된다는 통지를 받으면 투자자 본인이 알아서 매도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계속 반대매매 통보를 하고 있고, 투자자들은 "금융위가 하지 말랬는데 왜 반대매매하겠다는 것이냐"면서 반발하는 분위기다.

한국거래소 제공

금융위 조치로 현장에서는 일대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13일 반대매매 통지를 받았다가 금융위 발표를 접한 투자자들이 반대매매가 실행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가 16일 주식이 강제 처분된 사례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위가 면제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반대매매를 안할 수는 없고,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규제기관과 논의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면서 "무엇보다 시장이 좋아질 것이란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 말만 듣고 반대매매를 안 하는 것이 맞느냐는 내부 지적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투자협회가 나서거나, 세부적인 지침을 금융위가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서로 다른 기준을 들이밀면 고객 혼란만 더 커진다"면서 "협회가 나서 공통된 기준을 새로 만들거나, 아니면 금융위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지금은 각사가 어떻게 준비 중인지 현황 파악을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반대매매를 늦추는 것이 투자자들에게 꼭 도움이 되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는 투자자들의 요구에 반대매매 집행일을 하루 늦췄다. 13일 반대매매 통지받은 건에 대해 다음 영업일인 16일이 아닌, 17일에 매도하기로 한발 물러선 것이다. 그런데 상당수 종목은 17일 오전 현재 오히려 더 하락 중이다. 괜히 반대매매를 늦췄다가 버티기에 나선 투자자의 손실만 커진 상황이다.

투자자의 상황을 봐줄만큼 증권사 상황이 좋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75%로 낮추면서 보유채권의 평가이익이 발생하긴 했지만, 이는 일회성 이익이고 그 외 사업부는 보릿고개가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파생결합증권(DLS)과 주가연계증권(ELS) 운용에 따른 자기매매 손실, 투자은행(IB) 사업 위축 등으로 인한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신용융자발(發)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미래에셋대우 등 대형 증권사들이 도리어 담보비율을 인상했던 전례도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담보비율을 낮췄다가 하한가로 떨어지면 고객은 물론 증권사도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된다"면서 "현 담보비율이 30% 급락 폭에 맞춰 설계된 것인 만큼 실제 반대매매를 줄이려면 가격제한폭도 축소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신용등급에 따라 반대매매 기준을 따로 매기는 시스템 고도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