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기준금리 인하와 양적완화를 단행한 가운데 한국도 지난 16일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면서 부동산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금리 인하는 집값 상승 요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경기 침체 우려가 큰 상황이라면 집값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주택시장의 붕괴와 같은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여러 악재가 겹친 초대형 경제 위기)'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음도 나왔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 금리인하 효력 두고 엇갈리는 시나리오

17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 15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기존 연 1.00%~1.25%에서 0.00%~0.25%로 1%포인트(P) 전격 인하했다. 또 유동성 공급 확대를 위해 7000억달러 규모의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하기로 했다.

미국에서는 금리 인하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한 주택시장 붕괴를 경고하는 목소리 역시 큰 상황이다.

마이크 프라탄토니 주택담보대출은행협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의 파격적인 조치로 제도적 스트레스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면서 "이러한 조치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추고, 재융자를 통해 주택 소유자들이 돈을 절약할 수 있도록 도와, 그 결과 더 넓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 CNN은 "코로나19가 이미 주식 시장을 망친 데 이어 주택시장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코로나 사태가 2007-2008 년과 같은 주택 시장 붕괴의 퍼펙트 스톰을 만들고 있다" 보도했다. CNN은 수잔 워터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의 말을 인용해 "역사상 최악의 주택 거품(버블)을 초래한 것과 같은 거시적 환경을 촉발시켰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 "한국도 주택가격 하락조정 불가피… 버블 커질거란 의견도"

미국에 이어 한국도 금리를 내리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재연됐다.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0.50%포인트(p) 내렸다.

한국은행은 그동안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것을 크게 우려했다. 하지만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는 오히려 한국 역시 경제성장률 하락에 따른 주택 가격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전문위원은 "지금은 금리인하라는 금융대책이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성장률 하락이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이 더 큰 시기"라면서 "이번 금리인하가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주택자금대출 규제가 강화돼있는 등 주택시장에 대한 제도적 완화책이 없는 데다 이미 6억원 이하 주택 시장까지 투자수요가 상당부분 유입된 상황에서 금리인하만으로 투자 심리가 커지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리 인하가 오히려 가격 조정 폭을 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심 교수는 "조정 시기를 거친 미국과 달리 한국은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나면서 버블을 조정할 기회가 없었다"면서 "국내 주택 시장이 조정을 받아야할 현 시점에 금리 추가 인하가 이뤄진 것인데 거시경제 상황이 안좋기 때문에 주택 가격 하락 조정은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도 "코로나 사태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서울 강남 고가아파트 등 주택가격 하향 조정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면서 "금리 인하가 일정 부분 가격 폭락의 방어 역할을 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봤다.

반면 금리 인하가 버블을 만들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 사태가 조기에 안정된다면 시장에 늘어난 유동성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 버블이 더 커지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반면 코로나 확산을 잡지 못하고 팬데믹 현상이 커지는 경우에는 부동산 버블이 붕괴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도 "주택 가격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부채 비율 등을 볼 때 미국은 부동산 버블을 우려할 수준이 아닌 반면, 한국은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른 가운데 금리 인하가 이뤄진 것이라 부동산 버블 우려를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코로나 발 경제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금리 인하에 따른 부동산 버블 증가가 바로 나타나기는 어렵지만, 향후 버블에 따른 주택가격 상승 리스크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론 상 대출 금리 하락에 따른 부동산 수요가 생기면서 버블이 커지고 가격 불안정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현재 변수가 많아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주택 가격에 어떤 변화가 올지는 앞으로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 버블이 깨지는 건 금리를 인상하는 시점에 이뤄지기 때문에 나중의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