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한 조치는 여러 혼선을 초래했다. 그가 위기 수습을 위한 대국민 연설에서 했던 말실수는 글로벌 주가 폭락 도화선이 됐고,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유럽 동맹국들과 상의 한번 없이 유럽발 입국 금지를 발표하면서 국제 공조는 더 어려워졌다. 미국 정계와 언론들은 트럼프에게 세계적 위기를 헤쳐나갈 리더십이 있느냐는 의문을 본격적으로 제기하기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 시각) 유럽발 미국 입국 금지를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대국민 연설에 대해 "연설은 잘못될 수 있는 모든 것에서 잘못됐다"며 "원했던 것과 정반대 결과를 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유럽에서 미국으로의 여행객 입국뿐 아니라 무역과 화물까지 중단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무역은 처음부터 중단 대상이 아니었다. 트럼프 언급 후 아시아 주식시장과 미국 주가 선물(先物)은 급락했고, 이어 12일 미국 다우지수가 33년 만의 대폭락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좀처럼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도 연설 후 트윗을 통해 무역은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바로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동맹국들과 사전 협의 없이 30일간 유럽발 입국 금지를 발표한 것도 비판의 대상이다. 트럼프는 이 조치를 발표하며 유럽이 중국에 이어 바이러스 확산의 근원이 됐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미국이 논의도 없이 강경한 결정을 내렸다"며 "코로나는 세계적 위기다. 일방적인 조치보다 협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런 트럼프의 대응 방식은 그가 취임 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파리 기후협약 탈퇴, 이란 핵협정 파기 등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일방적인 행동 양식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주요 20국(G20)의 국제 공조를 통해 동시다발적 양적 완화와 유동성 공급으로 시장을 안심시켰던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NYT는 나치 독일과 소련, 알카에다 등 글로벌 위협에 맞서 '위대한 동맹'을 이끌었던 나라가 국제 공조에 관심이 없어졌다고 한탄했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가 앞으로 무엇을 할지 가늠을 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