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 속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존재감이 옅어지고 있다. 박영선 장관은 취임 이후 중소기업 관련 이슈에서 목소리를 내며 여권 실세 장관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마스크 수급 대란에서는 주도권을 잃은 모양새다. 최근 중소기업 주무부처인 중기부가 아닌 산업통상자원부가 마스크 업체 지원 대책 마련에 나서며 체면을 구겼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13일 마스크업계에 따르면 중기부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마스크 업체에 대한 지원 대책 수립에 나서지 않고 있다.

마스크 업계 한 관계자는 "재료가 없어서 공장을 못돌리고 있는 마스크 중소업체 현황을 파악하고, 중기부 장관이 직접 찾아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생산을 늘릴 수 있는 물꼬를 터주는 행정을 보였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마스크 업계 관계자는 "박영선 장관이 최근 경기도 시흥의 한 마스크업체를 찾았지만, 잘 돌아가는 업체가 아니라 재료가 없어 공장이 멈춘 업체를 찾아갔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반면 산업부는 지난 2일부터 마스크 제조사들의 증산 설비 자금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주된 사업 목적은 마스크 업체들의 설비를 개량 또는 추가해 현재보다 마스크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다. 마스크 핵심재료인 멜트블로운(MB) 필터 제조사들의 설비 지원 내용도 담겼다.

산업부가 마스크 중소업체들의 증산을 돕자, 업계에서는 이번 마스크 수급 대란에서 중기부가 자취를 감추고 있는게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박영선 장관이 ‘중소기업’ 같은 단어가 들어가면 타부처와 업무가 겹쳐도 중기부 영역이라고 주장하면서 마찰도 불사했기 때문이다. 박영선 장관과 주로 마찰을 빚은 건 업무영역이 겹치는 산업부였다. 제조업의 경우 중소기업이 많기 때문에 산업부와 중복되는 영역이 많았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 규제로 국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대책을 논의할 때도 산업부 소관 업무였지만 중기부가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소부장 국산화를 추진하는 업체들이 중소기업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박영선 장관은 업무 소관을 두고 성윤모 산업부 장관과 언쟁을 벌이면서까지 중소기업을 직접 챙겼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랬던 박영선 장관이 최근 국민적 관심이 된 마스크 수급 대란에서는 산업부에 밀리는 모습이다. 마스크 대책은 기획재정부가 총괄하지만 제조 기업을 관장하는 산업부나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중기부도 부처별 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 특히 마스크업체들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점을 감안하면 중기부가 마스크업체 설비 증설 지원 사업을 산업부에 뺏기지 말았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박영선 장관이 마스크 관련 중소기업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가 실패할 경우 정치적인 손해가 커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중기부는 마스크에 대한 것은 중기부 소관 업무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마스크업체들이 중소기업인 것은 맞지만 마스크와 관련된 정책은 기재부와 식약처, 산업부 등이 담당하고 있다"며 "마스크업체를 대상으로 한 자금 지원책이나 설비지원 사업은 없지만 다른 중소기업과 동일하게 마스크업체도 정부 자금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