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는 11일(현지시각) 사우디 아라비아가 증산을 강행한다는 소식에 4% 미끄러졌다. ‘20%대 대폭락’을 기록했던 국제유가가 10% 급반등한지 하루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4%(1.64달러) 내린 32.9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도 3.84%(1.43달러) 하락한 35.79달러에 마감했다.

국제유가는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가 4월부터 증산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뒤 급락했다.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는 리야드 주식시장(타다울) 공시를 통해 "에너지부로부터 하루 생산능력을 현재 1200만배럴에서 1300만배럴로 늘리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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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국영석유회사(ADNOC)는 4월부터 원유 공급을 하루 400만배럴 이상으로 늘리고, 당초 2030년까지 생산능력을 500만배럴로 확대하려던 계획을 앞당길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지난 6일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을 대비해 추가 감산을 협의했지만, 러시아의 반대로 합의가 무산됐다. 여기에 사우디가 증산과 가격 할인으로 맞대응, ‘유가 전쟁’ 가능성이 고개를 들면서 국제유가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모습이다.

지난 9일 WTI는 24.6%달러 폭락했다가 10일에는 10.4% 급반등하는 등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미국 원유재고 증가도 유가를 끌어내린 요인으로 작용했다. 3월 첫주 기준 미 원유재고는 4억4400만배럴로 전주 대비 766만4000배럴 증가하면서 당초 시장 예상치(230만배럴 증가)를 상회했다.

국제에너지기구(EIA)는 올해와 내년 미 원유 생산량을 각각 하루 1299만배럴, 1266만배럴로 전망했다. EIA는 "저(低)유가로 2021년 원유생산이 2016년 이후 첫 연간 감소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했다.

한국석유공사는 "11일 국제유가는 사우디와 UAE의 증산 시사, 세계석유수요 증분 전망 하향, 미 원유재고 증가 등의 영향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