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법했던 '우주 관광'의 꿈이 내년이면 현실이 된다. 미국 민간 우주개발 업체 스페이스X는 지난 5일(현지 시각) 일반인에게 우주 관광 티켓을 판매하고, 이르면 내년 2분기에 관광객 3명을 비행사 1명과 함께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보내겠다고 밝혔다. 전문 우주비행사가 아닌 민간인이 단순 관광 목적으로 ISS를 여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민간 우주개발 업체 블루 오리진도 내년 중에 민간인을 우주선에 탑승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영국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이 창립한 '버진 갤럭틱'도 우주 관광 예약자를 모집 중이다. 바야흐로 '상업 우주여행 시대'가 활짝 열리는 것이다.

◇현실로 다가온 우주여행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해 6월 7일(현지 시각) 뉴욕 나스닥 거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ISS를 관광을 포함한 민간 상업 용도로 개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ISS는 300~400㎞ 지구 상공에서 궤도를 도는 정거장으로, 지구 밖 우주 공간에서 인간이 머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NASA가 이 공간을 민간에 개방하기로 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이 발표는 민간 우주 기술 개발 업체들의 본격적인 경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먼저 치고 나간 것은 스페이스X다. 스페이스X는 미국 우주 관광 스타트업 '엑시옴 스페이스'와 협업해 출시한 우주여행 표를 5500만달러(약 656억260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총 3장의 표 중 이미 한 장이 예약됐다. 이 표가 비싼 이유는 ISS에서의 숙박료는 물론, 공기와 물, 화장실 사용에도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제프 듀잇 NASA 최고재무책임자(CFO)는 "ISS 숙박료는 1인당 1박에 3만5000달러이고, 인터넷 사용 시 1기가바이트(GB)당 50달러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우주로 가기 위해 무중력 상태를 대비한 강도 높은 훈련도 받아야 한다. 이 티켓에는 15주의 지상 훈련 프로그램 비용도 포함돼 있다.

훈련을 마치면, 관광객들은 총 10일(왕복 2일, ISS에서 8일) 동안의 우주여행을 떠나게 된다. 이들은 스페이스X의 7인승 유인 우주 왕복선인 '크루 드래건(Crew Dragon)'을 타고 재사용 로켓 '팰컨9'에 실려 ISS로 출발한다. 출발지는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케네디 스페이스 센터의 39A 발사대가 유력하다. 크루 드래건은 스페이스X가 NASA의 우주비행사를 위해 개발한 우주 왕복선이다. 올 4월과 6월에 전문 우주비행사를 ISS로 이송하는 데 먼저 활용될 예정이다.

관광객들은 우주여행에 앞서 스페이스X가 개발한 하얀색 우주복을 입게 된다. 이 우주복에는 여압(與壓) 장치와 온도 조절 장치, 커뮤니케이션 장치 등이 탑재돼 있다. 3D 프린팅으로 제작된 우주 헬멧은 로켓 발사 시 생기는 굉음을 차단해 청력을 보호해준다. NASA의 ISS프로그램 매니저 출신인 마이클 서프레디니 엑시옴 대표는 "관광객들은 ISS에서 지구 전망을 충분하게 감상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ISS는 저궤도에서 매일 지구 주변을 15.7바퀴 돈다.

◇본격화한 우주 관광 경쟁

단순하게 우주로 떠나는 왕복 비용은 예전에 비해 크게 저렴해졌다. 민간 로켓 개발 초기엔 우주 관광이 100만달러 수준으로 책정됐었지만, 한 번 발사한 로켓을 회수하고 다시 사용하는'재사용 로켓'이 개발되면서 비용이 20만달러 안팎으로 획기적으로 낮아졌다. 일론 머스크는 과거 인터뷰에서 "우리가 해외로 나갈 때마다 항공사가 항공기를 버린다고 생각해봐라. 그럼 비행 값이 얼마나 비싸지겠느냐"며 "로켓 하나를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다면 결국 연료비, 파일럿 비용 등 부수적인 비용만 요구되기 때문에 가격이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블루 오리진과 버진 갤럭틱 등이 공개한 예상 우주 항공 비용은 20만~30만달러 수준이다.

버진 갤럭틱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우주여행을 떠날 새로운 예약자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6인승 유인 우주선 '스페이스십 투'를 타고 우주로 향하는 여정이다. '큰 한 걸음(One Giant Leap)'이라는 이 프로그램의 예약금은 1000달러로, 여정 취소 시 전액 환불이 가능하다. 버진 갤럭틱은 실제 우주 항공 비용과 시기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2018년 출시했던 우주여행 상품의 비용은 좌석당 25만달러였다. 버진 갤럭틱은 이르면 올해 안에 유인우주선을 시험 발사할 전망이다. 6명을 태울 수 있는 블루 오리진의 우주비행선 '뉴 셰퍼드'는 지금까지 11차례 시험비행을 마쳤고, 내년 중에 민간인을 탑승시킬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선 우주 항공기업에 대한 투자 과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말에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버진 갤럭틱의 주가가 올해 들어 200% 넘게 뛰었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OAML)는 "우주여행은 추상적인 상품"이라며 "아직 제대로 된 기업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