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 채권을 거래하는 트레이더들이 술렁였다. 국내 채권 시장에서 시장 금리를 대표하는 국고채 3년 만기 금리가 1% 선 밑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장 초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0.998%까지 떨어졌다. 국채 금리가 0%대를 찍은 것은 국내 채권시장 역사상 처음이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경기 전망이 부정적일수록 채권 금리가 내려가고 채권 값이 치솟는다"며 "0%대 금리는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코로나발(發) 충격에 휩싸인 투자 자금이 증권시장을 대거 탈출해 '안전 자산'인 채권시장으로 속속 몸을 숨기고 있다. 채권을 사겠다는 투자자가 몰리면서 채권 가격이 급등하고, 채권 수익률은 연일 역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는 중이다. 신종 코로나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수준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 속에 국제 유가가 급락하는 등 투자 심리가 최악으로 치달은 결과다.

이런 채권 초강세 현상은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특히 세계 투자자들이 '마지막 피난처'로 꼽는 미 국채 10년물의 경우, 수익률이 지난 6일(현지 시각) 0.7%대에서 9일 오전 아시아 시장이 문을 열자 0.5%로 뚝 떨어졌고 오후에 유럽 시장이 개장하면서는 0.3% 선까지 위협했다.

중앙은행의 대대적 금리 인하는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일 금리를 0.50%포인트 전격 인하한 미국 중앙은행은 17~18일 금리결정회의에서 금리를 추가로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조만간 현재 연 1.25%로 사상 최저인 기준금리를 최소 0.25%포인트, 많게는 0.50%포인트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9일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한 달 전(1.9%) 대비 큰 폭으로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