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병) 공포에 유가 급락이 겹치면서 아시아에 이어 유럽, 미국까지 전 세계 증시가 대폭락했다.

망연자실 우한 코로나(코로나19) 확산 공포감과 국제 유가 급락의 여파로 9일 글로벌 증시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날(현지 시각) 뉴욕 증시가 개장 직후 7% 넘는 폭락세를 보이며 주식 거래가 15분간 중지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자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머리에 손을 얹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9일 한국을 비롯한 중국·일본·대만 등 아시아 증시는 3~5%씩 하락했다.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들의 대규모 주식 투매(投賣)로 4.19% 하락한 1954.77로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들은 한국 증시에서 1조3125억원어치 주식을 내다 팔았다. 한국거래소가 전산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1999년 1월 이후 최대 순매도 규모다. 이날 오후 금융 당국이 부랴부랴 긴급 금융시장 점검 회의를 열었지만 외국인의 역대급 매도 폭탄에 한국 증시는 맥없이 무너졌다. 주식 투자자들이 불안할수록 오르는 일명 '공포지수'는 이날 하루에만 31.8% 급등해 8년여 만의 최고치(36.21)를 기록했다.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도 1200원 선을 돌파, 전날보다 11.9원 올라 1204.2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중국 상하이 지수는 전날 대비 3% 넘게 빠져 3000선 밑으로 고꾸라졌고, 일본 닛케이 지수 역시 5%대 하락으로 2만 선 밑으로 떨어졌다. 싱가포르 증시가 6% 하락했고, 대만 역시 3% 주저앉았다. 한국 시간으로 이날 오후 개장한 유럽 주요국 증시도 6~8%대에 달하는 큰 폭의 하락세로 출발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중국 다음으로 전 세계 둘째로 많은 이탈리아는 북부 지역 봉쇄령 소식에 증시가 10%가량 급락(한국 시각 10일 0시)하며 패닉에 빠졌다.

유럽에 이어 개장한 뉴욕 증시도 대폭락으로 아침을 열었다. 장 초반에는 S&P500 지수가 7% 급락해 15분간 거래가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200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국제 유가가 장중 30% 넘게 폭락한 것이 이날 글로벌 증시 폭락의 도화선이 됐다.

세계경제에는 글로벌 금융 위기 때나 나타나는 징후들이 뚜렷해지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로 금값과 채권 가격은 연일 급등하고, 신흥국 증시에선 돈이 빠져나가는 것이다. 중동 산유국 산하 국부펀드들이 국가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신흥국 주식 매각을 확대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자산 시장에서 현금 확보 움직임이 극단적으로 나타나면 기업들의 부도 위험은 커지고, 소비 위축과 성장 둔화, 자산 가격 추가 하락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세계경제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나라도 경제 전망이 점차 어두워지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6일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9%에서 1.4%로 대폭 낮췄다. BOA의 아디티야 베이브 이코노미스트는 "팬데믹이 현실화되어 중국 부품공장이 멈추면 글로벌 공급망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여행객이 줄어드는 것 역시 서비스업 경기 둔화로 이어져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