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면세업계 매출 60~70% 급감
SM면세점, 코로나 후 높은 임대료 부담에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포기
"결국 협력사 고용 불안해질 것"

정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인천공항 면세점의 임대료 인하 대상을 중소기업으로 한정한 가운데, 이번에는 면세점 협력사들이 임대료 인하 대상 범위를 중견·대기업으로까지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협력사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사태 후 대기업 면세업체들도 버티기 힘든 것은 (중소기업과) 매한가지며 결국 피해는 산업에 연관되어 있는 협력사로 이어지게 된다"며 "생존의 위협에서 벗어나도록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코로나19 사태 전 북적이던 인천국제공항의 모습.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천공항 면세점 협력사에 근무 중이라고 밝힌 청원자의 이같은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인천공항 협력업체의 어려움을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면세점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면세업체들의 자구책이 등장했다"며 "결국 이러한 비용 절감의 희생자는 협력업체"라고 했다.

코로나19 사태 후 인천공항에 점포를 운영 중인 대기업은 물론 중소·중견 면세점 모두 매출이 60∼70% 감소했다. 한국면세점협회는 지난달 17일과 27일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 인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공항공사는 영업시간 단축은 원할 경우 해줄 수 있지만, 임대료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결국 정부는 지난달 27일 인천공항 내 면세점 임대료를 인하하면서도, 그 대상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임차인으로 국한시켰다.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면세점은 중소면세점인 시티플러스와 그랜드면세점 단 2곳에 그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절감을 소상공인에게만 적용한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공항 면세점 매출이 지난달과 비교해 절반도 안 되는 상황에서 각 회사는 매출만큼 임대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협력사 입장에서는 인천공사에서 제시한 영업시간 단축도 부담스럽다. 한 인천공항 협력사 관계자는 "면세점 영업시간을 줄이겠다는 것은 청천벽력같은 계획"이라며 "영업시간이 줄면, 물건을 판매하는 협력업체 직원들의 고용이 줄어들게 된다"고 했다. 면세업체가 힘들어지면 면세점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 청소하는 사람, 안내하는 사람, 인도장에서 물건을 전달하는 사람 등 수 많은 협력사 직원들의 고용도 불안해진다는 게 협력사의 설명이다.

다른 협력사 관계자는 "대기업이 어려워지면 결국 면세점 협력업체들의 고용안정이 불안해질 것"이라며 "대기업 면세점이 최소한 살아남을 수 있게 부담을 줄여줘야 협력업체들도 생존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견 면세업체들은 코로나19 사태 후 여행객이 급감하면서 인천공항의 높은 임대료를 견디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하나투어 자회사인 SM면세점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워진 경영 여건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신규 사업자 입찰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롯데, 신라, 신세계, 현대백화점면세점 등은 시내면세점 영업시간을 단축했다. 롯데면세점은 이달 말까지 원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주4일 근무제를 한시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신종인플루엔자와 금융위기가 불거진 2009년에는 인천공항이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모두 임대료를 10% 인하해줬다"며 "임대료 인하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싱가포르, 태국, 홍콩 공항은 코로나19 사태 후 면세업자들의 임대료를 감면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