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월 판매량, 셀토스 5300대 아반떼 5180대
엔진 등 주행성능 강조하고 준중형급으로 크기 확대

2020년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가장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곳이 있다면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시장이다.

지난해 9월 기아자동차가 출시한 셀토스가 큰 인기를 끌면서 국민차나 다름 없는 위상을 차지하는 준중형 세단 아반떼의 판매량을 제쳤다. 이에 대응해 한국GM이 트레일블레이저를, 르노삼성이 XM3를 내놓았다. 원래 이 시장은 쌍용자동차가 2015년 출시한 티볼리에 현대자동차가 2017년 내놓은 코나 정도가 있던 시장이다. 그런데 올 상반기 주요 자동차 회사들은 소형 SUV를 주력 차종으로 내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GM의 트레일블레이저.

시장 정체 속 나 홀로 고속성장

자동차 회사들이 소형 SUV 시장에 뛰어든 가장 큰 이유는 정체 상태인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유일하게 고속 성장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협회 집계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승용차 판매량은 129만4000대로 전년(129만8000대)보다 0.3%가 줄어들었다. 2017년 -3.5%, 2018년 0.1% 증가율을 기록한 데 이어 정체상태에 있는 셈이다.

그런데 소형(엔진 배기량 1600cc 이하) SUV 판매량은 2018년 16만9000대에서 2019년 22만5000대로 33.0% 급증했다. 중형 세단(증가율 6.6%)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늘어난 시장이다. 게다가 같은 기간 소형 세단 판매량은 18만대에서 14만4000대로 19.6% 곤두박질 쳤다. 소형차 시장에서 SUV가 세단을 급격히 잠식하는 모양새다.

실제 차종별 판매량을 봐도 이러한 양상은 잘 드러난다. 준중형 세단의 간판 차종인 현대차(005380)아반떼 판매량은 2019년 월 평균 5200대(연 6만2000대)였다. 그런데 7월 출시한 기아차셀토스 판매량은 월 평균 5300대(연 3만2000대)로 아반떼를 제쳤다. 현대차 라인업만을 비교해도 소형차 시장에서 SUV 강세는 확연하다. 지난해 하반기 액센트, 벨로스터, 아반떼, 아이오닉, i30의 판매량은 총 3만6000대였는데, 소형 SUV 코나와 코나보다 한 단계 밑인 베뉴의 판매량을 더하면 같은 기간 3만8000대에 달했다.

◇편안한 뒷좌석, 유모차·자전거도 넉넉한 트렁크

기아 셀토스, GM 트레일블레이저, 르노삼성 XM3의 가장 큰 공통점은 넉넉한 내부 공간이다.

셀토스는 같은 회사의 준중형 SUV 스포티지에 육박하는 크기다, 길이는 각각 전장 4375mm, 휠베이스(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 사이의 거리) 2630mm이고 전폭은 1800mm, 전고는 1615mm다. 스포티지는 전장 4485mm, 휠베이스 2670mm에다 전폭은 1855mm, 전고는 1635mm다. 스포티지를 가로 10cm, 폭 6cm 정도 줄이고 높이를 2cm 낮추면 셀토스 크기인 지라, 사실상 동급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기아자동차의 셀토스.

셀토스는 소형 SUV의 약점으로 지적되어 온 뒷 좌석의 경우 공간이 넉넉하다는 걸 강조하고 있고, 트렁크 용량도 498L(리터)로 넉넉하다.

이에 맞대응 하는 입장인 트레일블레이저와 XM3도 공간 크기를 강조하는 건 마찬가지다. 트레일블레이저의 경우 전장 4410~4424mm, 휠베이스 2640mm, 전폭 1810mm, 전고 1635~1600mm 등으로 투싼, 스포티지에 육박하는 크기다. XM3는 한술 더 떠서 셀토스, 트레일블레이저보다 길이, 폭, 높이 등이 약간씩 더 크다. 르노삼성은 "트렁크 공간이 513L로 넉넉할 뿐만 아니라 뒷좌석을 조정하면 자전거 등도 여유있게 넣을 수 있다"며 내부 용적을 과시했다.

◇4륜 구동·벤츠 A200 엔진 등 성능 강조

소형 SUV들은 엔진, 변속기 등 주행 성능도 강조한다. 그만큼 제품 경쟁력을 높였다는 것이다. 엔트리(처음 구매하는 차량) 시장에서 까다로워진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면서도 사실상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준중형 세단 대비 확실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이다.

XM3는 르노와 메르세데스-벤츠가 공동 개발한 터보 직분사 방식의 배기량 1330cc TCe260 엔진을 탑재했다. 이 엔진은 벤츠에는 M282 엔진으로 부르는 데, 벤츠의 소형·준중형 모델인 A200과 CLA200 등에 쓰인다. 르노에서는 미니밴 시닉, 준중형차 메간 등에 사용한다. 변속기는 독일 게트락의 듀얼클러치(DCT) 방식 7단 습식 변속기를 썼다.

르노삼성의 XM3.

르노삼성 관계자는 "소형 SUV 구매자들이 주행 성능을 체감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구동계"라며 "4륜 구동 기능을 탑재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격을 억제하면서도 주행 성능을 높일 수 있는 선택이라 TCe 260 엔진과 DCT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GM의 중형 세단 말리부에 쓰인 1350cc 터보 엔진을 탑재했다. 또 옵션에 따라 주행 성능이 뛰어난 4륜 구동을 선택할 수도 있다. 4륜 구동 모델의 경우 9단 자동변속기가 쓰였다. 언덕이 많고 구불구불한 길에서 4륜 구동은 제 성능을 발휘한다. 눈길이나 빗길에서도 안정성이 높다. 소형 SUV이지만 ‘타는 재미’를 주면서 차량의 본질적인 성능인 구동계에서는 차급 이상의 만족도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들 차량들은 내장과 차량안전 기능에도 신경을 썼다. 트레일블레이저의 경우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를 기본으로 제공하고, 휴대폰 무선 충전이 가능하다. 공조기 조작 버튼 등이 개선됐고 내부 용적도 넉넉하다. XM3는 보스 스피커를 탑재한 것을 비롯해 차량 하부를 완전히 막아서 소음 차단에 신경을 썼다. 정사각형 형태의 9.25인치 대화면 디스플레이, 10.25인치 맵인 클러스터 등으로 운전자가 쾌적하게 주행 정보를 인식하고, 내비게이션 등 주요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