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방일(訪日)을 연기하며 게임업계의 탄식도 깊어지고 있다.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시 주석 방한(訪韓)도 연기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게임업계는 시 주석 방한을 중국 판호(版號·유통허가증) 발급 재개의 희망으로 보고 있었다. 한중 정상간 만남이 기약 없어지는 와중, 최근 중국 게임은 한국 내 매출 순위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는 형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지난 5일 중국과 일본 정부는 4월초로 예정됐던 시 주석의 일본 국빈 방문이 연기됐다고 밝혔다. 양국 내 코로나19 감염이 확대되며 행사를 원활히 치르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상반기 내 시 주석 방한을 추진하겠다는 한국 외교부 방침에도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외교부는 지난 3일 "예정대로 상반기 시 주석 방한을 추진하고, 하반기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 방한을 추진할 방침"이라면서도 "시 주석 방일이 연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코로나19가 빨리 극복되지 않으면 (방한에)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한중일 3국 모두 코로나19에 고통받고 있고, 일본과 달리 한국 정부는 방문 일정을 구체화하지 못한 만큼 상반기 시 주석 방한은 힘들어졌다는 관측이 많다.

시 주석 방한에 따른 중국 한한령(限韓令) 해제 가능성에 큰 기대감을 갖고 있던 게임업계는 허탈한 반응이다. 2017년초 한국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배치한 후 중국에서 판호를 받은 한국 게임은 없다. 때문에 게임업계는 시 주석 방한에서 논의될 의제에 판호 발급 문제를 포함시키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었다.

한국게임학회는 지난해 12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지목해 공개 성명을 내기도 했다. 당시 학회는 "강 장관에게 4차례 공문을 보내 대책을 물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중국 시 주석의 방한과 한중정상회담에서 또 다시 게임이 외교적 현안에서 소외될 수 있는 상황을 심각히 우려한다"고 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지난 1월 취임식에서 "시 주석 방한이 판호 문제 해결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며 "중국 한한령 해제에 게임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기약이 없다"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2월 국내 시장에 출시해 구글플레이 매출 3위에 오른 중국 릴리스게임즈의 AFK 아레나.

판호 발급 재개가 요원한 상황에서 한국 게임업계는 중국과 ‘불공정 경쟁’을 펼치고 있다. 중국 시청각디지털출판협회 게임위원회(GPC)는 지난해 대(對)한국 게임 수출 규모를 2조원 상당으로 추산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7년 전년대비 80.7% 성장했던 한국 게임산업 수출액은 2018년 64억1149만달러로 8.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중국 수출 부진 탓이다. 이 기간 중국·대만·홍콩을 향한 수출 비중은 59%에서 45%로 14%포인트 줄어들었다.

올해 들어선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상위권에 중국산 게임이 갈수록 늘고 있다. 6일 기준 구글플레이 매출 10위권에는 AFK 아레나(3위·릴리스게임즈), 기적의 검(6위·4399), 라이즈 오브 킹덤즈(8위·릴리스게임즈), 명일방주(9위·요스타) 등 중국 게임 4개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중국 유주게임즈의 R5는 12위를 기록했다.

특히 방치형 게임인 AFK 아레나는 지난달 12일 출시 후 큰 인기를 끌며 넥슨 V4를 4위로 끌어내렸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 전통적으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매출이 높은데, 방치형 게임인 AFK 아레나가 넥슨 MMORPG 대작 V4를 넘어섰다는 데 충격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