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한 데 이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장에선 최소한 다음달에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의 ‘집값 잡기’ 총력전 속에서 ‘우한 코로나(코로나19)’ 여파가 지속하는 가운데 이번 금리 인하는 주택 시장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까.

경기도 수원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가 주택 시장에서 큰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금리와 부동산 가격은 반비례 관계지만, 수요가 많은 주요 지역에 이미 대출 규제가 강력하게 시행되고 있어서다. 대출이 막혔기 때문에 대출 금리 인하가 수요 견인과 집값 상승으로 직결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남수 신한은행 장한평역 지점장은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금리 인하가 부동산에 호재겠지만, 정부가 대출을 막고 있어 금리를 낮추더라도 시장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면서 "금리가 낮아지면 레버리지를 활용해 집을 사려는 매수 희망자들은 늘겠지만, 대출 규제 탓에 실제 거래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거시경제 상황이 악화했다는 점도 금리 인하의 영향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부 회사에서 권고사직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거시경제 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금리 인하로 늘어날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흘러들어온다고 예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우한 코로나(코로나19)’가 워낙 확산해 금리 인하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서도 온통 코로나 얘기일 정도로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다"면서 "금리가 인하돼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부동산시장이 당장 달아오를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시중은행 일부가 이미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췄다는 점도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을 낮춘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지난달 일부 예금 금리를 0.2%~0.3%포인트씩 줄줄이 인하했다. 지난해부턴 0%대 예적금 상품도 나왔다.

다만 비규제지역 풍선효과는 더 확산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출 규제를 받지 않는 비규제 지역에선 금리 인하가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2·20 부동산 대책으로 수원과 용인을 규제하니 인천 송도가 올라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는데, 금리가 낮아지면 비규제지역으로의 풍선효과나 국지적 호재에 따라 움직이는 양상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심 교수도 "메인 지역에선 대출을 워낙 묶어 놔 큰 영향이 없더라도 비규제지역 풍선효과는 더 확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