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코로나(코로나 19) 사태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 자산인 채권에 투자하는 채권형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채권형 펀드에는 올해 들어서만 58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1조2670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된다.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채권형 펀드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것이다.

◇전 세계 금리 인하 기조에 뛰는 채권 몸값

지난 3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처음으로 긴급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0.5%포인트나 내렸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장중 0.9%까지 떨어져 사상 처음으로 1%를 밑돌았고, 종가 기준으로도 1.02%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4일에도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면서 1.02%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1.88%)와 비교하면 46% (0.86%포인트)나 내린 것이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를 신호탄으로 각국 주요 중앙은행도 금리 인하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앞서 주요 7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콘퍼런스콜(전화 회의) 후 내놓은 공동성명에서 "적절한 재정적 조치 등을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미 호주가 역대 최저로 금리를 인하했고, 미 연준 발표 하루 만에 캐나다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렸다.

지난달 말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 역시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음 금융통화위윈회가 열리는 4월 9일 전에 임시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도 크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 국채 금리도 뚝뚝 떨어지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81%포인트 하락한 1.029%에 장을 마쳤다.  1월 20일(1.455%)과 비교하면 29%나 떨어진 것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3년 금리가 미 연준의 긴급 금리 인하와 한은의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급락해 1%에 근접했다"며 "코로나로 인한 경제성장 하락 가능성과 글로벌 통화 완화 흐름을 고려하면 시장금리의 0%대 진입은 시간문제처럼 보인다"고 했다.

채권 투자자들에게 금리가 내려가는 것은 호재다. 금리와 채권값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금리가 내려가면 투자자가 가지고 있는 채권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팔 때 더 큰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북미 채권 펀드 수익률 고공행진

실제로 채권에 투자하는 국내 펀드들은 변동성 장세에서도 주식형 펀드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6.28%)와 해외 주식형 펀드(-3.23%)는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한 반면, 국내 채권형 펀드(1.02%)와 해외 채권형 펀드(1.56%)는 안정적인 수익을 올렸다.

특히 미국 채권에 투자하는 국내 펀드 수익률이 크게 올랐다.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국내 27개 북미 채권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4.67%에 달한다. 상품별로는 '삼성 미국투자 적격 장기채권 펀드(퇴직연금)'의 수익률이 8.2%로 가장 높았고, '미래에셋 달러 우량 중장기채권 펀드'(7.03%)와 '미래에셋 미국 달러 우량 회사채 펀드'(6.96%)도 7% 안팎 수익률을 거뒀다.

미 국채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ETF (상장지수펀드)의 수익률은 더 크게 올랐다. 'KB스타 미국장기 국채선물 레버리지'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2.19%에 달했고, '삼성 코덱스 미국채 울트라 30년 선물'(13.41%)과 'KB스타 미국 장기국채 선물'(10.59%) 역시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다만, 브라질 등 중남미 채권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 브라질 내 코로나 확산으로 달러 대비 헤알화 환율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브라질 채권 투자는 대부분 환헤지(환 위험 회피)가 돼 있지 않기 때문에 헤알화 가치가 떨어지면 채권 평가액도 함께 줄어든다. 올 들어 중남미 채권형 펀드 수익률은 -1.58%로 해외 채권형 펀드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신흥국 채권의 경우 금리와 함께 환율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