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심사와 다음달 말부터 시작되는 분양가상한제에 대응하기 위해 보류지를 최대한 남기는 전략을 쓰고 있다. 보류지란 분양 대상자의 누락·착오나 소송 등에 대비하기 위해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분양하지 않고 유보한 주택을 말한다. 입주 시점 전후에 주로 매각하는데 분양가와 관계없이 제값을 받고 팔 수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조합은 지난달 관리처분계획 변경안을 통해 보류지를 29가구로 확대하기로 했다. 조합은 2018년 4월 최초 관리처분인가에서 전용면적 59㎡짜리 25가구를 보류지로 설정했다. 변경안을 통해 59㎡ 3가구와 중대형 1가구 등 총 4가구를 보류지로 더 확보할 계획이다.

HUG와 분양가를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재건축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보류지를 29가구까지 늘리자"는 목소리가 최근 높아지고 있다. 조합은 현재 보류지 19가구를 설정해 뒀다. 앞서 서울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 원베일리) 재건축조합도 일반분양분 통매각이 불발하자 일부 물량을 보류지로 돌렸다. 2018년 7월 최초 관리처분인가 때 보류지 물량은 전혀 없었는데, 26가구를 새로 설정한 것이다.

그동안 보류지는 조합이 자체 분양한다는 이유로 ‘깜깜이 분양’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일부 조합장이 보류지를 사적으로 활용하는 등의 문제가 불거지는 일이 있다 보니 과거엔 보류지 물량 확대가 바람직하지 않게 여겨졌다.

그러나 보류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조합 집행부의 사적 활용이 어려워지고, 정부의 분양가 통제로 실가격과 분양가 차이가 커지자 분양수익 극대화를 위한 묘수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제값 못 받고 일반분양하기보다 최대한 보류지로 팔자는 전략이다.

실제 강남구 개포주공3단지(디에이치 아너힐즈) 재건축 조합의 보류지 전용 106㎡는 약 40억원에 팔렸다. 2016년 분양 당시 이 평형대 분양가는 17억~19억원이었다. 전용 84㎡ 보류지 2가구도 약 27억~29억원에 팔렸다. 분양가는 약 14억원이었다. 보류지로 설정한 매물들이 조합원들에게 수십억원의 추가 수익을 안겨준 셈이다.

하지만 보류지는 조합이 마냥 확대할 수는 없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전체 가구 1% 이내로만 설정이 가능하다. 또 30가구 이상 보류지를 분양할 경우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뒤 청약 형식으로 공급해야 한다. 30가구 미만일 때만 조합이 임의로 분양할 수 있어, 대규모 단지 재건축 조합들은 30가구 이상 보류지를 설정하기보단 29가구를 최대치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