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로써 국내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는 KT가 대주주에 올라 증자 방식으로 자본을 확충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국회는 5일 본회의를 열고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한도 초과 지분 보유 승인 요건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을 삭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인터넷전문은행 개정안(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부결했다. 지난해 11월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하고 지난 4일에는 법제사법위원회까지 통과했지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케이뱅크 본사

‘이 개정안은 KT에 특혜를 준다’는 비판을 넘어서지 못했다. 개정으로 수혜를 보는 기업이 당장 케이뱅크와 KT뿐이기 때문이다. 이날 표결 전 박용진 의원은 "이 법은 KT라는 특정 기업을 위한 특혜"라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은 혁신기업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지 불법 기업에 면죄부를 주기 위해 만든 법이 아니다. 상임위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T는 당초 케이뱅크의 대주주에 올라 유상증자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KT가 담합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잠정 중단됐다. 이후 케이뱅크는 자본금 부족으로 사실상 영업을 중단했다. 직장인 신용대출 등 대다수의 대출 상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KT와 케이뱅크는 다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KT와 케이뱅크 관계자는 "그간 주주단과 여러가지 방안을 모색해온 만큼 플랜B도 잘 준비가 돼 있다"면서 "아쉬운 상황이지만 상황에 잘 대응하겠다"고 했다. 케이뱅크는 전날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자 "법안이 통과되는대로 KT가 증자를 진행하고 빠른 시일 안에 영업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했다.

KT와 케이뱅크가 말하는 플랜B는 카카오뱅크 방식을 차용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뱅크처럼 공정거래법 위반 이슈가 없는 KT의 계열사를 최대주주로 대신 내세우는 방법이다. 카카오뱅크는 한국투자증권의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제동이 걸리자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카카오에 지분 16%를 양도해 최대주주 지위를 넘겨주고, 나머지는 한국투자증권 대신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 양도함으로써 증자를 한 바 있다.

케이뱅크는 신규 주주를 영입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케이뱅크 주주단이 적어도 5000억원의 규모의 증자를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5000억원을 증자하면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1조원 수준으로 커진다. 케이뱅크보다 뒤늦게 출범했던 카카오뱅크의 자본금은 1조8000억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