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욱 타다 대표.

"어제 집에 돌아오자 임신한 아내가 아무렇지 않은 척 밝게 인사해주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져 둘이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습니다."

‘타다 금지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다음날인 5일 박재욱 타다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이다.

박 대표는 "한 기업가가 100여명의 동료들과 약 2년의 시간을 들여 삶과 인생을 바친 서비스가 국토부와 몇몇 국회의원들의 말 몇마디에 물거품으로 돌아갔다"며 "172만명이나 되는 이용자들의 새로운 이동 방식도, 1만2000명 드라이버의 일자리도 표로 계산되지 않기에 아무런 의미가 없었나 싶다"고 했다.

그는 "칼을 든 사람에게 살려달라고 외쳤더니, 칼 만한 주사기로 바꿔와서 심장에 찔러버렸다"며 "칼이건 칼 만한 주사기건 심장에 찔리면 죽는다고 아무리 외쳐도 주사기는 괜찮지 않냐며 강행했다. 인생을 바쳐 만든 서비스를 살려 달라는 기업가의 호소가 정책 만들고 법을 만드는 분들에게 그저 엄살로 보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알고 있는 모든 상식이 무너진 날이었다"며 "이젠 그 누구에게도 창업하라고 감히 권하지 못 할 것 같다"고 했다. 박 대표는 "가슴으로 낳고 기르던 타다라는 아이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날, 배 속에 있는 내 아이에게 물려줄 세상이 너무 부끄러워서 잠에 들 수가 없었다"고 했다.

타다 금지법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전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일부 의원들이 타다 금지법의 통과에 반대하며 표결에 부치자고 했지만 법사위원장인 여상규 미래통합당 의원이 강행 의결하며 타다 금지법은 이날 본회의에 상정됐다. 원칙적으로 법사위 상정 안건은 만장일치여야 통과될 수 있다.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박 대표는 병역특례로 일한 인포뱅크에서 모바일 메신저 ‘엠앤톡’을 개발하며 기술력을 쌓았다. 이후 지난 2010년 병역특례와 대학에서 만난 지인 5명과 함께 7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VCNC(브이씨엔씨)를 창업했다. 언론사 뉴스를 한데 모아 제공하는 ‘뉴스 갤러리'와 e북을 이용해 영어 동요를 들려주는 '영어동요' 애플리케이션을 연이어 개발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실패에도 주저 앉지 않은 그는 3번째 승부수에서 성공의 끈을 잡았다. 커플앱 '비트윈'이 그것이다. 2011년 시작한 비트윈은 커플끼리만 문자 등을 주고받으며 사진 등 추억을 저장하는 서비스로 올해 3월 기준 누적 다운로드 3200만, 하루 68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메신저가 됐다. VCNC는 지난 2018년 7월 기술력을 높이 평가받아 쏘카에 인수됐다. 이후 박 대표는 석달 만인 10월 타다 서비스를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