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까지 번질 위기인 우한 코로나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2월 마지막 한 주 동안 다우(-12.4%), S&P 500(-11.5%), 나스닥(-10.5%) 등 주요 지수들은 급락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가장 큰 주간 하락률에 시장에선 최악의 한 주(週)라는 의미로 '블랙 위크(Black Week)'라는 말이 나왔다.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끼면서 주목받는 투자처는 금(金)이다. 금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통상 시장이 불안할 때 금 수요는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블랙 위크' 동안 금 시세는 크게 요동쳤다.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로 상승하던 금값은 지난달 24일(현지 시각)엔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676.60달러(약 200만원)까지 올라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이튿날부턴 하락세로 돌아서 나흘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했다.

단기적으로 가격 등락폭이 크지만 중장기적으로 금을 투자할 만한 자산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그들은 최근 금값 하락을 일시적인 것으로 본다. 2019년부터 금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부담감에 단기적으로 하락 조정을 받았다는 말이다.

조정기를 거친 뒤엔 금값이 역사상 최고 수준까지 오를 거란 전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12개월 내 금값 전망을 온스당 1600달러에서 1800달러로 상향 조정하면서 "코로나 사태가 2분기까지 지속될 경우 6월 이전에 1800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했다.

◇金테크, 골드바부터 예금·펀드까지

금에 투자하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다. 우선 실물인 골드바(금괴)를 사는 것이다. 가장 직관적인 방법이고 매매차익에 세금이 붙지 않지만, 부가가치세(10%)가 복병이다. 시세가 매입가보다 10% 이상 올라야 본전인 구조라 매매를 통한 차익을 보기 쉽지 않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부담이 크고,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고 싶은 자산가들에게 적합하다.

은행에서 금 통장(골드뱅킹)을 발급받는 방법도 있다. 계좌에 돈을 넣으면 해당일 금 시세와 환율에 따라 예금액만큼 금을 적립하는 방식이다. 찾을 때엔 금 실물이나 실물에 해당하는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통해 0.01g 단위로 거래 가능해 소액 투자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다만 매매차익에 15.4%의 이자배당소득세가 붙는다.

금을 주요 자산으로 하는 펀드나 국제 금시세를 따르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금융 상품을 활용할 수도 있다. 국내 금 펀드는 '블랙록월드골드' '신한BNPP골드' 'IBK골드마이닝' 등의 상품이 대표적이다. 최근 금값 상승으로 금펀드(설정액 10억 이상 12개)의 한 달 수익률은 6%를 넘었다. TIGER 골드선물, TIGER 금은선물, KODEX 골드선물 등 금 선물(先物)지수에 연동된 펀드도 연초 대비 7~8% 상승했다. 다만 금융상품도 이자배당소득세(15.4%)와 선취수수료(1~1.5%)를 부담해야 한다. 또 ETF 중 레버리지형 상품의 경우 금값이 상승할 땐 몇 배의 이익을 보지만, 하락기엔 반대로 몇 배의 손해가 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한국거래소(KRX) 금시장 거래다. 증권사에서 금 실물 계좌를 개설한 뒤, 주식처럼 KRX 시세에 따라 금을 사고팔 수 있다. 1g 단위로 거래 가능하고, 매매금액의 약 0.3% 내외를 수수료로 낸다. 그러나 장내거래 시 부가가치세가 면제되고, 매매차익에 세금이 붙지 않으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장점이 있다. 단 실물로 인출 시엔 부가가치세 10%를 낸다. 연초 g당 6만원 선을 오르내리던 KRX금은 지난 28일 6만3300원을 기록했다.

◇금값, 단기 하락, 중장기 상승…환율 등 고려해야

많은 전문가는 최근 금값이 단기 차익 실현 매물로 인한 가격조정을 겪고 있지만, 올 한 해 동안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한다. 일각에선 사상 최고치(온스당 1888.7달러)를 경신할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우한 코로나가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가며 장기화될 경우 안전자산 금에 대한 수요도 늘며 금값을 끌어올릴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 해결 이후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경기 진작을 위해 적극적으로 자금을 시중에 공급하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는 점도 금값 베팅 의견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금값이 20% 가까이 오르는 데 주요인이었던 미·중 무역 분쟁이나 미·이란 갈등 등 대외 불안 요건도 여전하다는 평가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에도 불안정한 대외 여건이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데다 중앙은행 통화정책에 따른 실질 금리 하락도 계속될 전망"이라며 "차익을 거두려는 매도 물량과 이에 따른 일시적 가격 하락이 끝나면 금값은 크게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1~2차례 금리를 인하할 거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코로나 사태가 일본·미국·유럽 등 주요국으로 번져 상반기 내내 계속된다면 금값은 온스당 18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최 연구원은 "금은 어디까지나 다른 투자자산의 가치 하락을 대비한 위험 헤지(회피) 수단"이라며 "금값 전망이 좋더라도 전체 자산의 일부를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이 적당하다고 보는 금 투자 비율은 전체 투자 자산의 10~20% 선이다. 또 요즘 같은 출렁임이 큰 금융시장에선 환율도 고려해야 한다. 국제 금시세를 따르는 투자의 경우 금 가격이 올라도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손에 쥐는 수익이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