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이후 매출 최대 50% 감소
"본사 지원 줄까봐 울며 손님 없는 심야에도 정상 영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편의점 점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감염 우려로 매장을 찾는 손님이 줄어든 데다, 출근을 거부하는 아르바이트생이 늘면서 일손도 부족해졌다.

최근 코로나 19 확진자 급증으로 유통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편의점의 판매금액은 2조996억원 규모였지만, 올해 1월엔 2조604억원으로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 19 확산이 급증한 2월 매출은 1조원대까지 떨어졌을 거라는 추정이 나온다.

야간 영업 중인 편의점 CU 전경.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에 따르면 일부 편의점들은 코로나 19 사태 이전에 비해 하루 매출이 20~30%가량 줄었다. 명동, 대학가, 극장 등 평소 사람이 몰리던 상권에서는 최대 50%까지 매출이 줄어든 점포도 있다. 확진자가 방문했거나 동선 인근에 있는 점포는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편의점 운영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고충을 토로하는 글이 올라왔다. 한 편의점주는 "코로나 19 확진자가 나온 지역도 아닌데 오늘 오후 2시부터 3시간 동안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고 했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매출이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50% 이상 줄었다" "6시간 근무했는데 매출이 5만원 밖에 안 나왔다" "마스크가 있는지만 물어보고 나가는 고객이 절반이다"라는 등의 글도 잇따랐다.

특히 코로나 감염 공포에 기존 아르바이트생들까지 일을 그만두면서 인력난에 시달리는 점주들이 늘고 있다. 본사에 임시 휴점을 요청하더라도 거절당하기가 일쑤라는 것이다.

부산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아르바이트생 2명이 (코로나 19 감염이) 불안하다고 그만뒀고, 남은 한 명은 출퇴근시 택시비를 매일 2만원씩 지원해달라고 했다"며 "심지어 마스크도 없어 불안한 마음에 매니저에게 임시 휴점을 신청했지만 ‘확진자가 방문하지도 않았고 다른 곳도 정상 영업한다’며 퇴짜를 맞았다"고 했다.

대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B씨도 "점포 바로 앞 아파트에서 확진자가 나와 불안한 마음에 휴점을 신청했지만 본사가 허용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앞서 GS25, CU,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본사들은 잇따라 가맹점주 지원책을 내놨다. 지원 내용은 각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구·경북 지역에 마스크·손 세정제 지원 △방역 비용 본사 부담 △휴점에 따른 신선식품류 폐기 손실분 지원 △생활안정자금 저금리 대출 지원 등이 골자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점주들은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일각에서는 본사가 ‘조건없는 야간미영업’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014년 ‘편의점 심야영업 중단허용’ 제도가 도입됐지만 점주들은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24시간 미영업시 로열티를 올리거나 전기세 지원 등 각종 혜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가맹본사는 영업 시간을 단축하는 만큼 그에 상응한 지원만 제공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 점주는 "코로나 19 사태로 매출까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야간미영업으로 지원금마저 축소되는 건 부담이 크다"고 했다.

그러나 본부 측은 점주들의 이런 요청을 무조건 허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편의점 업체 관계자는 "이미 가맹사업법에는 심야 시간대(오전 0시∼6시) 직전 3개월간 적자 시, 또는 점주의 질병치료 등을 사유로 요청할 경우 야간 영업을 강요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영세 자영업자들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이미 법적인 장치가 있는데 단기간 매출이 부진하다고 해서 수시로 규정을 바꾸면 물류망 가동에 변동이 커지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