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확산에 중소기업 3곳 중 2곳이 경영 피해
원부자재 가격 상승, 납품 지연에 따른 계약 취소 등 피해 사례 다양
지원금 못 받는 中企 많아… 정부, 특별 보증 실시해야

경기도의 한 식품 제조회사 A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지난달부터 채산성이 뚝 떨어졌다. 중국발 수출 감소나 외식업 매출 부진 때문이 아니다. 바로 마스크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식품을 만들다 보니 마스크는 필수인데, 마스크 가격이 몇 배로 뛰고 그나마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일주일에 마스크 가격만 100만원이 들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중앙아시아 내륙국가로 제품을 수출하는 합성수지 업체 B사도 중국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데도,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판매에 큰 타격을 입었다. 중국을 거쳐 육로로 수출해야 하는데, 물류망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최근 해외 거래처와의 계약이 취소됐다. A사 관계자는 "물품을 보내려면 중국을 거쳐야 하는데 현지 통관이 지연돼 물건 도착이 늦어지자 거래처에서 책임을 물어 계약을 취소했다"고 했다.

인천 한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한 직원이 멈춰선 생산라인을 바라보고 있다.(기사와는 무관)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적으로 확산,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경제적 타격을 받는 중소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3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수출입 중소기업 192개사(社)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중 71.8%인 138개 업체가 코로나19 사태로 경영상 타격을 받았다고 답했다.

피해 유형(중복응답 허용)별로 보면 '중국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납품 차질'이라고 응답한 중소기업이 51.6%로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중국 방문 기회 축소로 인한 영업활동 차질(40.1%), 수출전시회 취소로 수주 기회 축소(32.3%), 수출제품 선적 지연(28.6%), 한국산 제품 이미지 하락으로 인한 수출 감소(10.4%), 코로나19 의심 직원의 휴무 실시로 인한 생산활동 차질(5.7%) 순이었다.
가장 흔한 유형은 중국산 원부자재 생산이 끊긴 것이다. 남아있는 재고 물량 가격이 큰 폭으로 뛴 데다, 그나마 구할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소방기계 제조업체인 C사는 중국 거래처 공장의 가동 중단으로 원부자재 수입이 중단돼 관공서와 맺은 조달계약 납기일을 지키지 못해 걱정이다. 납기일을 못 지키면 향후 조달계약에 참여할 자격을 잃게 되는 불이익이 있어서다. C사 사장은 "이번 사태로 원자재 수입이 끊겨 조달품을 납품 못한 업체들이 많다"며 "정부가 공공 조달계약에 대한 납기일을 연장해주거나 불이익을 면제해 줬으면 한다"고 했다.

산업용 기계 제조업체인 D사(社)는 중국산 수입 원부자재 공급 차질로 제품 생산이 어려워지자 중국산 보다 비싼 국산 부품으로 대체했다. D사 사장은 "계약된 납품일에 맞추기 위해 국산 부품을 썼지만 생산비용이 기존 대비 2배 올라 부담이 컸다"고 했다.

중국에서 회로 부품 공장을 운영하는 E사는 최근 중국 당국의 강도 높은 강제 격리 조치로 직원 절반이 출근을 하지 않아 공장 가동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격리 중인 중국인 직원에게도 인건비를 지급하고 있어 재정적 부담도 높아진 상황이다. 디스플레이 부품 업체인 F사도 지난 1월 중국 우한 지역에 공장을 준공했지만 해당 지역이 폐쇄되면서 공장 가동을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소재·부품 공장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외 전시회가 취소돼 피해를 입는 중소업체들도 나오고 있다. 전시장치 설치업체인 G사는 이달 서울 코엑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스마트공장 자동화산업전'이 취소돼 피해를 입었다. G사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구매한 부스 설치재료 비용과 대회 취소로 인한 수입 감소 등으로 손실이 큰 상황"이라고 했다.

마스크 가격 급등으로 비용이 늘었다는 중소기업도 부지기수다. 플라스틱 필름 제조사인 H사는 "확진자가 발생하면 공장 문을 닫아야 하므로 마스크 구매를 하지 않을 수도 없다"며 "비싸도 마스크를 구할 수만 있으면 구매하는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2조원의 자금 지원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담보 대출이 있어서 보증한도가 꽉 찼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의 경우 코로나19 자금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자금을 지원한다고 밝혔지만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금융권의 담보를 대체할 수 있는 특별 보증이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