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에 대한 1심 법원의 무죄 판결을 계기로 국내 모빌리티 스타트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타다를 운영하는 VCNC와 모기업 쏘카는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들어갔고, 타다처럼 임대 승합차와 운전기사를 함께 알선해주는 차차크리에이션큐브카 등도 투자 유치와 증차(增車)를 준비 중이다. 아직 2심과 대법원 판결 등이 남았지만, '기포카(기사를 포함한 승합 렌터카)' 서비스가 불법 콜택시 영업이 아니라는 1심 판결로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한 만큼 선제적으로 시장 키우기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 정책에 발맞춰 택시를 기반으로 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준비해온 스타트업은 반발한다. KST모빌리티·카카오모빌리티 등 7개 업체는 국회에 계류 중인 '타다금지법' 통과를 요구하는 공동 성명을 내놨다. 하지만 이 중 일부는 '기포카' 서비스에 진출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는 등 회사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가고 있다. 업계에선 "일관성 없이 계속 오락가락한 정부 정책이 결국 상황을 이렇게 만든 것"이라고 비판한다.

◇본격 시동 거는 '기포카'

타다는 이르면 다음 달 타다 증차 계획 등을 포함한 미래 비전을 발표한다. 타다 측은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구체적 언급을 피했지만, 모빌리티 업계에선 "발표 시점을 정하는 것만 남았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타다는 1500대인 렌트 승합차를 1만대로 증차하려던 계획을 택시업계 등의 반발로 접었는데, 이를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호출한 고객에게 기사 딸린 승합차를 보내주는 '타다 베이직' 서비스는 물론이고, 교통 약자를 대상으로 한 '타다 어시스트', 택시업계를 활용한 '타다 프리미엄', 기업이 대상인 '타다 비즈니스', 공항 이동 전용 서비스인 '타다 에어' 등 타다를 종합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것이 최종 목표다. 쏘카는 또 자회사 VCNC에서 운영해온 타다 서비스를 아예 다음 달 1일부터 독립 기업으로 분리해 사업을 확장하기로 결정했다. 타다 측은 타다 프리미엄에 함께할 개인택시 기사와 법인 택시 업체들에 차량 구입 지원금을 1대당 500만원(기존에는 400만원) 지급하고, 서비스 이용 수수료(매출의 10%)도 3개월간 면제해주기로 했다.

다른 '기포카' 기반 모빌리티 스타트업도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타다보다 1년 앞선 2017년 10월 전기 렌터카와 대리기사를 연결해주는 '차차' 서비스를 내놨던 차차크리에이션은 올 상반기 투자 유치에 나선다. 이를 통해 증차는 물론,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업체는 2018년 투자 유치 불발로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가 지난해 말 서울 강남구를 중심으로 차차밴 서비스를 재개한 상태다. '보라색 타다'로 불리는 큐브카 운영사 파파는 차량을 현재 50대에서 연내 300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당초 파파는 각종 규제로 사업 거점을 아예 인도 등 해외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타다 무죄 판결을 계기로 국내 유지로 방침을 선회했다.

◇반발하는 택시 기반 업체들

택시 기반 서비스를 준비해온 모빌리티 스타트업은 타다 무죄 판결 이후, 국회에 계류 중인 '타다금지법' 통과를 주장하고 있다. KST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 코나투스, 티원모빌리티 등 7개 업체는 지난 27일 공동 성명을 내고 "타다금지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정부 정책을 믿고 서비스를 준비해온 모빌리티 기업들은 투자가 막혀 폐업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며 "타다금지법은 기존 제도의 모호함을 제거해 모빌리티 기업이 도약하는 발판"이라고 했다.

'마카롱택시'를 운영하는 KST모빌리티나 'T블루'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 등은 기존 택시 면허를 차량 대수에 맞춰 매입하고, 운전기사도 택시기사 자격 보유자를 채용하고 있다. 면허가 없어도 운행이 가능한 타다 같은 모델이 힘을 얻으면, 택시 면허를 구입하거나 기사를 고용해야 하는 자신들은 경쟁력이 없어진다고 주장한다.

카카오는 작년 초 택시업계·여당·정부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만들어 카풀 산업과 택시 산업 사이에서 협의를 이어왔다. 카카오 카풀에 반대하며 택시기사 두 명이 연이어 분신한 뒤였다. 그 결과 대타협기구는 자가용이 아닌 택시에 앱 호출 기능을 도입하는 '플랫폼 택시'안을 도출해냈다. 또한 플랫폼 업체는 놀고 있는 택시 면허(유휴 면허)를 돈을 지급하고 이용하기로 했다. 이런 합의 과정을 거쳐 '플랫폼 택시'안이 타다금지법 안에 포함된 만큼, 이 법안에 꼭 통과돼야 한다는 것이 택시 기반 모빌리티 업체들의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카카오는 '타다'식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타다금지법 통과에 찬성하지만, 타다가 완전히 합법화되는 상황을 고려해 우리도 임대 승합차 기반 서비스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른바 '플랜B'도 대비해놓겠다는 것이다.

◇"업계 내분은 결국 정부 책임"

이 같은 상황은 그동안 말과 입장이 계속 바뀐 정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기포카' 기반의 차차와 타다 역시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해 출시된 서비스다.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에 타다에 대한 무죄를 선고한 판결에도 '타다 경영진이 국토부와 회의, 전화, 이메일, 카카오톡 등을 통해 서비스 출시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국토부로부터) 위법성에 대한 행정 지도나 논의는 없었다'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장을 지낸 황기연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결국 타다나 택시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 모두 정부를 믿고 사업을 진행했다가 서로 충돌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며 "정부는 '한쪽이 죽어야 다른 한쪽이 산다'는 식의 이분법적 접근이 아니라 모빌리티 스타트업계를 제대로 아우를 수 있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타다금지법 어떻게 되나] 타다금지법 국회 계류 중 자동폐기 가능성 높지만 본회의 통과땐 '타다' 불법

승합차 호출 서비스인 '타다'가 지난달 1심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타다 운명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국회에 계류 중인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처리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에는 관광 목적을 제외하곤 11인승 이상 승합차에 운전기사 알선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법안이 국회 본회를 통과하면 타다는 불법이 되는 것이다.

지난해 말 국회 국토위를 통과한 타다금지법은 이르면 오는 4일 국회 법사위에 상정된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택시 개편 방안 등도 포함돼 있어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며 위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법사위에서 별다른 이견이 없다면 타다금지법은 본회의로 보내진다.

하지만 현재로선 추가 논의를 위해 법사위 제2법안심사소위로 회부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법원이 타다가 현행법상 위법성이 없다고 판결한 상황에서 국회가 굳이 법을 고쳐 타다를 금지할 필요가 있는지를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 소속인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여러 차례 "법원 판결과 어긋나는 법안을 만들 수 없어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했다. 법사위 소속인 민주통합의원모임 채이배 의원 역시 "타다금지법에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법사위 소속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찬반 입장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에서는 "법사위가 타다를 금지한 내용만 삭제하고, 택시 개편 방안 내용은 통과시키는 쪽으로 법안을 수정해 처리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타다를 반대해온 택시업계를 또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타다금지법이 법사위 통과가 안 될 경우 최근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4·15 총선 일정 등에 밀려 이번 임시국회 처리는 고사하고, 오는 5월 임기가 끝나는 20대 국회와 함께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