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4일 금융위원회 은행과장 인사가 났다. 작년 7월에 보임한 유영준 은행과장 대신 박민우 과장이 새로 은행과장을 맡게 됐다. 은행과장은 금융산업국의 주무과장으로 금융위 내에서도 핵심 보직에 꼽힌다.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를 비롯해 은행이나 금융산업과 관련한 제반 업무를 총괄한다. 보임한 지 반년밖에 안 된 과장이 자리를 바꾸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금융위는 유 과장 인사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유 과장이 향한 곳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기 때문이다. 민정수석실은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곳이다. 사정 업무를 맡는 금융감독원에서 파견을 가는 경우는 있어도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 공무원이 파견을 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 관가에서도 "전례가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은다. 그것도 은행과장 같은 핵심 보직에 있던 과장을 갑자기 데려가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인사다.

민정수석실에서 유 과장은 어떤 업무를 맡을까. 전례를 찾기 힘들지만 금융권에서는 유 과장이 금융업계를 낱낱이 살피는 눈과 귀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산업 전반에 능통한 만큼 은행, 증권, 보험권을 가리지 않고 정보를 모으고 청와대 차원에서 대응 논리를 만드는 역할을 맡으리라는 예상이다.

문재인 정부는 필요할 때면 언제든 금융권을 이용했다. 민간기업인 금융회사의 회장이나 최고경영자(CEO)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정부가 해야할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은행을 압박해 인위적인 대출 규제를 시행하게 했다. 정부가 발표하는 온갖 대책에 금융권이 빠지지 않을 때가 없었다. 금융권을 쥐고 흔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제는 사정기관의 정점인 민정수석실에 금융권을 감시할 눈과 귀까지 단 것이다. 금융산업 간섭의 '화룡점정'이다.

금융위는 대출규제는 정부가 해야할 일을 한 것이고, 민간기업인 금융사 회장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 정권의 핵심 인사인 천경득 청와대 선임행정관은 유재수 전 금융위 국장에 대한 특별감찰을 막으면서 "청와대가 금융권을 잡고 나가려면 유재수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금융권을 잡겠다고 수천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유 전 국장을 지키려다 역풍을 맞았다. 유 전 국장은 지난 26일 법정에 섰다. 조국 전 민정수석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정권 핵심 인사들에 대한 재판도 진행 중이다. 이 난리를 겪고도 '금융권을 잡고 나가겠다'는 이 정권의 의지는 꺾이지 않은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