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신중론' 유지… 1Q 지표 본 후 '4월 인하설' 급부상
"3월 금통위 없는데… 경기대응 타이밍 놓쳤다" 우려도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4월 인하설'이 급부상 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 충격이 예고됐는데도 한은이 신중한 입장을 보인 건 4월부터 발표되는 1분기 지표를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동시에 금리인하 적기를 놓쳤다는 실기(失期)론도 제기된다. 불안심리가 증폭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의식해 경기부양에 나서야 할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27일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한 것은 2주전 이주열 한은 총재 메시지에서도 예고된 바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4일 거시경제 금융회의 직후 "기준금리 인하는 부작용도 있다.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코로나19 발생으로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지자 이를 사전 차단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 이후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전날(16시) 기준 1200명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급증했지만 한은은 신중론에 방점을 찍었다.

무엇보다 실물경제지표 상에서 코로나19의 여파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1분기 전기대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 2월도 채 마치지 않은 시기라는 점을 감안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도 "(코로나19 영향을)지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었다. 1분기 성장률은 오는 4월 23일 발표될 예정이다.

한은이 금리인하의 득보다 실이 크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크다. 1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은 집행부는 "경제구조 및 대내외 경제여건 변화 등으로 기준금리 인하가 성장 및 물가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다소 약화됐다"고 했다. 이 총재도 여러 차례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제고할 필요성을 말하면서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대응을 대안으로 강조했다.

그간 수 차례 금리인하로 풀린 유동성이 투자로 향하지 않고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집값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해 12·16대책을 발표하면서 서울 집값 상승의 주 원인으로 저금리를 지목했다.

경기도 수원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에 금리인하 필요성이 높아졌지만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라며 "향후 기준금리는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여부에 결정될 것으로 보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4월 인하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했다.

이달 금리동결에 당장 '금리인하 적기를 놓쳤다'는 우려가 새어나온다. 코로나19로 경제적 충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인하로 경기안정의 의지를 보여줘야 하는데,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을 의식해 이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이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가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6%, 1.9%로 낮췄고,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노무라증권과 JP모건 등은 올해 1분기 역성장할 것으로 본 상황에서 선제적 대응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특히 금통위 직전 발표된 심리지표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보다 소비 위축이 심각할 것이란 우려를 뒷받침 했다. 이달 소비자심리지수는 메르스 감염 공포가 확산됐던 2015년 6월 이후 4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인 7.3포인트(P)(전월대비) 하락했고, 기업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전(全)산업의 업황지수(65)는 한 달 새 10P 떨어져 2003년 통계집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