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발병과 진행을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하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 장영태 부연구단장(포항공대 화학과 교수) 연구진은 국내외 공동 연구를 통해 "당뇨병 정밀 진단과 조직검사에 쓰는 새로운 형광물질 파이에프(PiF)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 10일 미국 화학회지(JACS)에 실렸다.

당뇨병은 보통 혈액 속 포도당(혈당)의 농도를 측정해 진단한다. 하지만 혈당만으로 당뇨의 진행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췌장을 조금 떼어내 분석하기도 하지만, 분석에 하루 이틀 정도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췌장 베타세포만 탐지하는 PiF를 조영제로 만들어 쥐의 몸에 투여한 결과 30분 만에 췌장에 도달했고, 60분 이후부터 빠르게 몸 밖으로 배출됐다.

연구진은 수술 없이도 인슐린 분비를 담당하는 췌장의 '베타세포'를 관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췌장 베타세포에서 분비되는 인슐린과 결합하면 형광을 내는 화합물들을 선별했다. 먼저 여러 화합물에 양전자단층촬영(PET)의 조영제로 사용할 수 있는 불소(F) 원자를 심었다. 이후 후보 화합물 가운데 췌장 베타세포만 탐지하는 PiF를 최종적으로 찾아냈다.

연구진은 베타세포를 망가뜨려 제1형 당뇨병을 유발한 생쥐의 꼬리에 PiF를 주사했다. 주사한 지 2시간 뒤 PiF가 췌장 베타세포만을 선택적으로 탐지함을 확인했다. 하루 이상 걸리던 기존 조직검사보다 시간을 대폭 단축한 것이다. 또 더 많은 인슐린과 결합할수록 형광이 세지기 때문에 형광의 세기를 통해 건강한 췌장 베타세포의 양까지 확인할 수 있다.

PiF를 이용하면 췌장섬 이식 성공 여부도 관찰할 수 있다. 췌장섬은 베타세포 등 여러 세포가 모여 있는 조직으로, 인슐린으로 혈당 조절이 불가능한 당뇨병 환자들은 췌장섬을 이식해 치료를 받는다. 연구진은 1000개의 췌장섬을 생쥐의 간문맥에 이식하고, 다음 날 PiF를 주사했다. 분석 결과 췌장섬을 이식한 쥐의 PiF 형광 신호가 이식을 받지 않은 쥐의 간보다 현저히 높게 관찰됐다. 형광 신호 측정을 통해 이식된 췌장섬이 정상적으로 정착하고 기능하는지 검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진은 PiF를 PET 조영제로 쓸 수 있음을 동물실험으로 확인했다. PiF에 도입된 불소 원자를 방사성을 가진 동위원소(불소-18)로 치환하고, 실험쥐에게 투여했다. 동위원소는 원자의 무게만 다를 뿐 화학적 성질은 거의 같다. PET 분석 결과 PiF가 췌장에 분포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PiF는 30분 만에 췌장에 도달해 가장 높은 흡수 상태를 나타냈고 60분 이후 대부분 빠르게 몸 밖으로 빠져나갔다. 조영제로 사용해 환자를 진단할 때 부작용 가능성이 작다는 의미다. 장영태 부연구단장은 "췌장섬을 영상화해 베타세포의 상태를 시기에 따라 모니터링함으로써 당뇨병의 정확한 조기 진단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