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자체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한다며 200조원 넘게 썼지만, 출산율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26일 통계청의 '2019년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수)은 0.92명으로 2018년(0.98명)에 이어 2년 연속 1명 미만을 기록했다. 36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 아래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2019년 연간 출생아 수도 30만3100명으로 간신히 30만명에 '턱걸이'했다. 2017년 출생아 수가 30만명대로 떨어진 이후 3년 만에 '20만명대 추락'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특히 지난해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29만5100명)를 뺀 인구 자연 증가도 8000명으로, 전년 대비 2만명(71.7%)이나 급감했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사망자 수는 천천히 증가하는 반면, 출생아 수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면서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올해부터 인구가 자연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결혼 안 하고, 첫 아이는 늦게 낳고

출생아 수가 줄어드는 이유는 결혼 감소에서 찾을 수 있다. 김진 과장은 "한국은 혼인을 전제로 출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혼인 감소가 출생 감소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결혼 건수는 23만9210건으로 전년(25만7622건) 대비 7.1%나 줄었다.

출산 나이가 점점 늦어지는 것도 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다. 2009년에는 첫째 아이를 낳는 산모의 평균 나이가 29.8세였는데, 지난해엔 32.2세로 늘었다. 전체 산모 중 35세 이상 고령 산모의 비율도 2018년(31.8%) 처음으로 30%를 넘은 이후, 지난해 33.3%까지 치솟았다. 통계청은 여성의 가임 기간을 49세까지로 보고 있지만, 이는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로는 대부분 산모가 20·30대일 때 아이를 낳는다. 첫 출산 나이가 높아질수록 둘째나 셋째를 낳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다.

시도별로 봐도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인 세종시에서만 지난해 출생아 수(3800명)가 전년(3700명) 대비 늘었을 뿐, 나머지 16개 시도에서 모두 출생아 수가 감소했다. 특히 충북(-11.7%·-1만2000명)과 부산(-10.8%·-2만1000명), 전북(-10.2%·-1만명)의 출생아 수 감소 폭이 컸다.

◇저출산 해결한다며 211조원 썼는데…

정부와 지자체는 지난 14년간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210조5858억원을 썼지만, 출산율 하락을 막지 못했다.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따라 정부가 추진한 각종 사업에 투입된 예산(지자체가 분담한 비용 포함)이 185조2335억원에 이른다. 지자체가 2008년부터 저출산 극복을 위한 자체 사업에 쓴 돈도 25조3523억원이다.

저출산 관련 정부 사업에 투입되는 돈은 지난해 32조3559억원으로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37조6107억원으로 더 늘었다. 올해 전체 예산(512조3000억원)의 7.3%에 해당하는 금액을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 쓰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 대책은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부모에게 현금을 주는 제도들이 대표적이다. 만 7세 미만 아이들에게 월 10만원을 지급하는 '아동수당'은 지난해 정부 저출산 사업 중 가장 많은 돈(2조9672억원)이 들어간 사업이다. 2018년 9월부터 아동수당을 주고 있지만 2019년 합계출산율과 출생아 수는 한 해 전보다 더 추락했다. 지자체들도 아이를 낳는 부모에게 수십만~수백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주고 있지만, 이러한 현금 복지는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삼식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고용·주거 등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돈을 준다고 해서 부부가 아이를 낳으려고 하지는 않는다"면서 "정부가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 아이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 자체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