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경기 부천서 월 12만2000장 생산, 가동률 100%
8인치 수요 늘고, 中 리스크에 '메이드인코리아 프리미엄' 부각
적자 허덕이다 창사 이래 사실상 '첫 번째 전성기'... 주가 급등

최근 중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DB하이텍 몸값이 눈에 띄게 올라가고 있다. 지난 7월 이후 외국인 지분율이 23%에서 40%로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났고, 이 기간 주가도 85%(26일 종가 기준)나 뛰었다.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갈아치운 데다 올해 1~2월에도 공장이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는 것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실적도 기대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DB그룹 관계자는 "캐파(생산여력)에 비해 수요가 몰리고 있어 가동률 100%를 거의 유지하고 있다"며 "대기 물량도 많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DB하이텍 부천 공장에서 직원이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있다.

DB하이텍은 파운드리 강자인 대만 TSMC, 삼성전자가 주력하고 있는 12인치(300㎜)가 아닌 8인치(200㎜) 공정에 특화된 업체다. TSMC, 삼성전자가 300㎜ 웨이퍼(반도체 원재료)를 이용해 5G(5세대) 통신 칩,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그래픽 칩 등을 대량으로 생산한다면, DB하이텍은 200㎜ 웨이퍼로 카메라 이미지센서(CIS), 전력관리칩(PMIC),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 다품종을 소량 생산한다.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전체로 보면, DB하이텍의 시장점유율은 1% 정도(트렌드포스, 지난해 4분기 기준)로 미미하다.

그러나 8인치 파운드리 시장만 놓고 보면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의 칩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점, 최근 미·중 패권전쟁,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중국 내 생산·물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생산라인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는 점 등이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DB하이텍은 월 12만2000장 정도의 칩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충북 음성, 경기 부천에 두고 있다. 실제 최근 중화권 고객사로부터 CIS 수주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가동률이 떨어지는 겨울(12~2월)에도 가동률이 100%에 달하고 있고, 3월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8인치 파운드리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이런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DB그룹 관계자는 "신규 라인 증설은 아직 시장을 좀 더 보고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픽=송윤혜

DB하이텍 상황이 좋아진 것은 최근 이야기다. 2001년 파운드리 사업에 처음 뛰어들었던 DB하이텍은 시작하자마자 IT 버블 붕괴, 30년 만에 불어닥친 최악의 반도체 불황을 만나 고전했다.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가 발생해 누적적자가 3조원에 달하고, 부채가 한때 2조3000억원을 넘어설 정도였다. DB그룹 안팎에서 사업을 당장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DB하이텍은 그러나 2000년대 보유 자산·부동산 매각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한 덕에 선진 파운드리 기술개발, 핵심인력 확보에 매진할 수 있었다.

만년 적자회사였던 DB하이텍이 처음으로 흑자 전환한 것은 2014년.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한 지 꼭 13년 만이었다. DB하이텍은 최근 8인치 수요가 늘면서 본격 도약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 8074억원, 영업이익 1813억원을 올렸다. 사상 최대치였다. 에프앤가이드 집계를 보면, DB하이텍은 올해 다시 이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DB하이텍 관계자는 "파운드리 사업은 고객과의 장기 계약을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물량 변동이 크지 않고 재고 부담이 없어서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단기 악재에)영향을 덜 받는다"며 "특히 DB하이텍의 경우 이미 수개월치 생산 대기물량을 확보하고 있고 중국 매출 비중이 30%를 넘지 않기 때문에 올해도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